금요일인 줄 알았지 모야?

2025.06.26 | 흐림

by 최현규

5시 40분 기상

오늘 금요일이네! 이제 쉬는 날이다!

아침 출근길에 운전하며, "저녁에 퇴근을 하자마자 캠핑 짐을 잽싸게 싣고 충주로 가야겠다. 짐 싣고 나면 8시가 조금 안되었을 테니까 그럼 차도 안 막힐 거야. 그리고, 날도 마침 흐려서 덥지도 않고, 이런 날 살랑 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타프 밑에 앉아있음 정말 좋을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고 출근했다.


"태훈아, 금요일은 일하기 싫지 않아?"

태훈이가 말했다. "그쳐, 저는 오늘 금요일 같아요. 와이프가 내일 쉰다고 했거든요"

"오늘 목요일이야?"라고 묻고 휴대폰으로 요일을 확인했다. 목요일이었다.

촉촉하고 시원했던 기분이, 이내 곧 미적지근하고 후덥 한 기분으로 바뀌었다.


요일에 따라 이렇게도 감정이 변한다니..

혹시, 월요일마다 살짝의 우울증이 느껴지는가? 나도 그렇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는데, 하나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겹쳐져 있는 듯하다.


첫 번째, 반복되는 삶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

- 주말의 자유에서 다시 시스템 안으로 진입하는 문턱이 월요일이다. 그 문턱에서 우리는 책임, 일정, 성과, 사회적 역할 등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상징성이 무의식적인 긴장과 부담을 불러온다.

두 번째, 상대적 박탈감의 확대

- 주말 동안 SNS, 유튜브,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삶을 엿본다. 비교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나는 제대로 쉬었는가?'라는 질문이 마음에 맴돈다. 결국 상대적 결핍감은 월요일 아침, 피로와 함께 증폭된다.

세 번째, 감정과 생활 패턴의 시간차

- 주말의 이완된 리듬은 월요일 아침, 강제로 꺾인다. 몸은 아직 느슨한데, 정신은 일터의 규율을 요구받는다. 이 간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주말의 자아와 평일의 자아는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 주말의 자아는 '내적 자아' 평일의 자아는 '외적 자아'다. 본래 모습인 내적 자아와, 사회에 맞춰 형성된 아니 꾸며진 외적 자아가 충돌하면서 전체적 자아가 흔들리고, 그 진동이 우울감으로 번지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서 "참 나"에 대한 말을 하고 싶지만..)


그래도, 내일은 진짜 금요일이다.


KakaoTalk_20250626_213352177.jpg 예쁘게 핀 "에키네시아" 월요일이었으면,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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