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6.30 | 더움
나는 2023년부터 2025년 4월까지 단발로 지냈다. 머리를 단발로 길게 기르고, 수염까지 길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미용실 예약하기가 너무 귀찮았다.
- 언제부턴가 미용실이 예약제로 바뀌면서, 자르고 싶을 때 자르기가 힘들었다. 주말에 잘라야 하는데 주말은 예약이 차서 못 자르곤 했다. 그리고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
두 번째, 착해 보인다는 아니 호구 같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 둥글둥글하게 생겨서 좀 강해 보이고 싶었다.
세 번째, 학위라는 게 산업계에서는 쓸모가 없다.
- 자유분방해 보이고 싶었다. 그냥 박사라고 뭐 좀 안다고 거들먹거리기가 싫었다.
네 번째, 정수리 탈모를 가리고 싶었다.
- 묶으면 안 보인다.
그러자, 여러 가지 재밌는 현상들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지난번 쿠팡대행을 시작으로 낮춰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단순히 내가 느끼는 그냥 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울리기보다는 거지 같다는 표현이 맞겠다. 어찌 되었든 잘라버렸고, 다시 기를 생각은 없다.
중국에 회사 동료와 함께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체크 재킷에 티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입었다. 같이 간 동료는 정장차림에 뿔테 안경을 썼다. 명함을 주고받고, 자리에 앉아 미팅을 시작하는데, 동료더러 연구소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이게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다. 심지어 저녁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외적으로 많은 판단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는 나더러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외적으로 남들을 바라보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더 그러는 것도 있다.
예전에, 부모님이 허름하게 옷을 입고 가구점에 가구를 사러 갔더랬다. 가구점 사장이 여기는 비싸니 다른 데를 가라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화가 나서 비 싼 가구를 샀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법에 넘어간 것 같다. 그리고, 중식점에 갔었는데 내가 메뉴를 야끼만두를 시켰나 그랬는데, 식당 주인이 다른 걸 먹으라고 버럭 화를 냈었는데, 아니 그냥 말했는데 소심한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체했다.
이런 여러 가지 경험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나는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냥 나 그대로 있어도 누군가는 알아봐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스스로 빛나는 것은 없다.
이제라도 포장을 둘러쓰고 잔뜩 있어 보이는 척을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