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자꾸 먹는다. 방금 밥을 먹고 돌아섰는데도 다시 또 뭔가가 먹고 싶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때에는 아무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한번 입이 터지기 시작하니 자꾸만 뭔가가 먹고 싶다. 관성의 법칙이 여기서도 작용한다.
밥을 먹었는데도 왜 자꾸 먹고 싶을까?
밥을 먹은 후에 간식을 찾는 이유
방금 전에 먹은 식사 때문 식사의 양과 질의 부족
식사 후에도 배고픔을 느끼는 가장 큰 주범은 방금 전에 먹었던 식사 때문이다. 식사량이 부족하면 간식을 찾는다. 특히 다이어트 중인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이어트라는 강박 때문에 식사는 조금만 한다. 하지만 양껏 먹지 못했으니 자꾸 허기가 진다. 다른 먹거리를 찾아다닌다. 또 다른 이유는 음식의 질이 부족해서다.
단백질, 불포화 지방 등 좋은 지방 충분하지 않으면 포만감이 오래가지 못한다. 단백질은 배고픔 호르몬을 조절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은 콜레시스토키닌(CCK), 펩타이드 YY(PYY),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같은 포만감을 느끼는 호르몬을 자극시킨다. 반면 식욕을 유발하는 그렐린 수치는 감소시킨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소화가 빨라 식사 후 배고픔이 빨리 찾아온다. 지방이 부족한 식단도 배고픔을 유발한다. 비만인 성인 270명을 포함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저지방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그룹에 비해 특정 유형의 음식(과자, 고지방, 패스트푸드 지방, 탄수화물/전분)에 대한 갈망이 크게 증가했다. 저다가 지방 그룹의 사람들은 저탄수화물 식사 패턴을 따르는 그룹보다 배고픔을 더 많이 느꼈다. 1) 섬유질도 식사의 질을 결정한다. 식사에 단백질, 좋은 지방, 섬유질이 부족하면 더 빨리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 반면 탄수화물은 많이 먹으면 자주 배고프다. 식사로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나 정제된 탄수화물 (빵, 떡)을 먹었다면 더 빨리 배고픔이 찾아온다. 탄수화물은 짧게 머무르며 위장에서 소화가 빨리 된다. 소화가 빨리 되니 혈당이 빠른 시간 내에 상승한다. 급격하게 올라간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이 한꺼번에 방출되어 혈당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고혈당과 저혈당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식사 직후 허기를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너무 빨리 해도 문제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식사 후 20분이 지나야 한다. 밥을 급하게 먹으면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낼 시간이 부족해진다. 3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 연구에서 빨리 먹는 사람은 천천히 먹는 사람에 비해 한 끼에 10%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고 포만감이 훨씬 적었다. 2)
과도한 스트레스는 식욕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은 배고픔과 음식을 갈망한다. 국내 충북대학교에서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간식 섭취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트레스 정도가 간식 섭취 빈도와 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33%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식을 더 많이 섭취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들은 빵, 감자칩, 쿠키, 라면, 냉동식품등의 섭취 빈도가 높았다. 이틀 식품을 통해 칼로리, 탄수화물, 나트륨 섭취가 증가했다. 식사는 불규칙했고, 야식과 과식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식을 더 많이 먹고 더 자주 먹었다. 3)
수면이 부족할 때 배고픔을 더 많이 느낀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수치는 높아지고, 포만감을 조절하는 렙틴은 적게 생성된다. 잠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도 높아져 식욕을 자극한다.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단 하루만 잠을 제대로 못 자도 다음날 배고픔이 심했다. 충분히 잠을 잤던 그룹에 비해 아침 식사로 14% 더 큰 음식을 선호했다. 식사 후에도 더 많은 간식을 섭취했다. 4)
진짜 배고픈 거 맞아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부족하면 보상 심리로 당장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 먹을거리를 찾는다. 먹는 건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가짜 배고픔, 감정적 허기는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맵고 짜거나 단 음식, 고 칼로리 음식 등 특정 음식이 생각난다.
진짜 배고픈지 확인하는 방법은 생브로콜리를 떠올리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먹을 것이 생 브로콜리밖에 없다고 상상했을 때 너무 배고파서 '브로콜리라도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진짜 배고픈 상태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 브로콜리는 못 먹겠다 싶으면 가짜 배고픔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물을 한 컵 마셔 보는 것이다. 우리 뇌는 갈증과 허기를 혼동한다. 물을 마신 후에도 계속 배가 고프다면 진짜 배고픈 것이다.
식사 후 입 터짐 방지 습관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식사 후 입 터짐을 방지하기 위한 습관을 만들어 보자.
1. 식사 후 걷기
식사 후 가볍게 걷는다. 걸어 다니면서 먹는 건 힘들다. 식사 후 걷는 것은 식욕을 조절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 상 여러 이점이 있다. 식후 10분씩 걷는 것은 하루 30분 걷는 것보다 평균 혈당이 12% 더 낮춘다. 특히 저녁 식사 후 걷기 운동을 한 경우 혈당이 22% 나 낮아졌다. 식곤증을 예방하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
2. 식사 후 바로 양치
칫솔질을 하면 우리 뇌는 먹는 시간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뭔가 계속 먹고 싶은 식욕을 억제할 수 있다. 양치질로 입안이 상쾌해졌는데 다시 또 뭔가를 먹고 양치를 하는 일은 꽤 번거로운 일이다. 식사 직후 3분 양치질로 더 이상 간식은 끝! 입안을 더럽게 하지 말자.
3. 식사 후 차 마시기
식사 후 간식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수분이 부족해서이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면 갈증을 해결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간식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 차 종류 별로 효과는 다양하다. 생강차, 페퍼민트 차는 소화를 돕고 식욕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모마일, 라벤더는 진정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히비스커스 차는 신맛이 나고 탄수화물 흡수를 낮추어 식욕을 조절해 준다. 흔히 마시는 녹차도 카테킨 성분으로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식사 직후 마셨을 때에는 음식물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식후 30분 이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4. 빵집 앞을 서성이지 말 것
누구나 맛있는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어 진다. 식사 후 맛있는 디저트가 있는 곳을 지나치면 나도 모르게 그 집 앞에 줄을 서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만다. 딱 한 입만 베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밥 먹고 나서는 빵집 앞을 서성이지 말자. 집에서도 빵집 못지않게 간식 코너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눈앞에 간식거리를 보이게 두지 말자.
5. 가장 중요한 건 식사를 잘할 것. 양질의 식사
식사 후 입 터짐의 가장 큰 주범은 바로 전에 먹은 식사 때문이다. 식사의 양과 질이 부족하면 자꾸 간식을 찾는다. 식사의 양과 질 모두 신경 써야 한다. 단백질, 좋은 불포화지방과 함께 야채 통곡물 등 식이 섬유가 풍부한 질 좋은 식사를 한다.
충분한 단백질
충분한 단백질 섭취는 식욕을 줄여준다. 포만감 호르몬 (CCK, 펩타이드 YY, GLP -1 호르몬)은 방출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그렐린)은 감소시켜 식욕을 억제한다. 또한 단백질은 탄수화물에 비해 위에 더 오래 머무른다. 지속적인 포만감을 제공한다. 인슐린의 과격한 분비를 억제하여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량은 줄어드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모든 식사 매 끼니마다 양질의 단백질을 포함시키면 자꾸 배고파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좋은 지방
지방은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4~6시간으로 가장 길다. 소화하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위장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오메가 3 지방산, 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식품을 식단에 첨가한다. 생선을 밥상 위에 올리고 견과류, 올리브 오일을 추가한다.
풍부한 섬유질
섬유질은 소화가 오래 걸린다. 풀을 많이 먹는 소가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는 되새김질을 하는 이유다. 섬유질은 위장 속 음식을 오래 머무르게 한다. 포만감 증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식욕 감소 호르몬을 방출시킨다. 수용성 섬유질은 대장에서 발효되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와 펩타이드 YY(PYY)를 생성한다. 이 두 가지 장 호르몬은 포만감을 유발한다. 섬유질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배고픔을 관리할 수 있다.
충분히 먹되 넘치지 않도록 한다. 양질의 식사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소화가 천천히 되도록 한다. 밥 먹을 때는 최소 15분 이상 천천히 먹는다. 천천히 먹는 것이 포만감을 극대화하고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식사로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1) C. K. Martin, et al. (2011) Change in food cravings, food preferences, and appetite during a low-carbohydrate and low-fat diet. Obesity.
2) Ana M Andrade, et al. (2008) Eating slowly led to decreases in energy intake within meals in healthy women. Jornal of the Academy of Nutrition and Diabetics.
3) Eun-Young Jeong, et al. (2007) Influence of stress on snack consumption in middle school girls.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4) Pleunie S. Hogenkamp, et al (2013) Acute sleep deprivation increases portion size and affects food choice in young men. Psychoneuroendocri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