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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야 가라! 마늘 주사 대신 마늘쫑 봉골레 파스타

1년을 기다린 맛

by 닥터 키드니

올봄은 요란했다. 4월 중순에는 5도 가까이 떨어졌다. 이제 막 봉우리를 틔우던 봄꽃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올봄엔 꽃샘추위가 유난히 심하네 싶었는데, 사흘 만에 20도가 넘기도 했다. 반팔을 찾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 봄이 끝나는 건지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등굣길에 만난 아이와 엄마들의 옷차림이 가지각색이었다. 봄, 여름, 겨울 옷 모두를 한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일교차가 커서 감기 환자와 피곤하다고 말하는 환자도 많았다.


봄인지, 벌써 여름인 건지, 아직도 겨울에서 못 벗어난 건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그런 나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마트에서였다.


그래, 봄이 오긴 온 거지!


날씨는 정신을 못 차려도 땅은 정직하다. 봄에만 볼 수 있는 식재료를 보며 나는 봄이 온 것을 실감했다. 냉이, 달래, 쑥, 곰취, 산마늘 등등. 봄나물들이 봄 햇살과 부슬비, 토양의 힘을 가득 품고 진열대 펼쳐져 있었다. 그중 나를 설레게 했던 건 바로 마늘쫑이다. 1년 전 먹었던 그 맛 때문이었다.


의사의 식탁, 마늘쫑 봉골레 파스타


마늘 주사 대신 마늘쫑


마늘쫑은 봄철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다. 마늘쫑 (garlic stems 혹은 garlic scapes)은 마늘의 꽃대 (flowering stem)다. 마늘 속대 또는 마늘 싹이라고도 한다. 중국, 대만, 일본 등 동양권에서 활용하는 식재료로 서양에서는 낯선 식재료다.


마늘쫑은 마늘 특유의 매운맛을 지니고 있지만, 마늘만큼 냄새가 심하지 않다. 마늘보다 부드럽게 향이 은은해 많이 먹을 수 있다.


봄이 되면 피곤한 이유 중 하나가 영양소 부족 때문이다. 봄철에는 활동량이 증가하여 보다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다. 우리 몸이 요구하는 영양소는 증가하는데,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올봄에도 진료실에는 피로회복 주사를 찾는 환자들이 있었다. 피로 회복에 대표적인 주사는 마늘 주사다. 마늘 주사는 푸르설티아민이라는 비타민 B1 유도체가 주 성분이다. 주사 후 마늘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마늘 주사라 부른다. 마늘 주사의 주 성분인 푸르설티아민은 마늘의 알리신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젖산 축적을 억제하여 근육의 피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때 마늘 주사 대신 마늘쫑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늘쫑은 마늘만큼 알리신 전구체인 알리인(alliin)과 비타민 B1이 풍부하다. 피로 회복에는 비타민 B 군의 섭취가 중요한데, 알리신이 풍부한 마늘종을 먹음으로써 비타민 B의 효율이 증가한다. 마늘 주사와 같은 원리다. 여기에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피로 회복과 체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봄만 되면 나타나는 한국의 슈퍼푸드, 제철 식재료가 가진 힘

마늘쫑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슈퍼 푸드는 아니지만, 봄철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우리네 슈퍼 푸드다.


제철 식재료는 햇살과 비, 토양의 힘을 가졌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우리 몸의 상태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제철 식재료는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가장 풍부할 때 영양소가 최고조인 상태로 섭취할 수 있다.


지역에서 채취할 수 있는 음식은 그 땅의 미생물, 공기,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그 지역 사람들의 면역계가 적응해 온 환경과 가장 친숙하다. 먼 나라의 슈퍼푸드보다, 동네 시장에서 계절의 변화에 맞게 만날 수 있는 제철 채소 한 줌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박카스 대신 바지락

바지락은 피로회복에 좋다는 박카스처럼 타우린 함량이 높은 대표 해산물이다. 간 기능 개선, 피로 회복에 좋다. 또한 바지락에는 아연이 풍부하다. 아연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필수 미네랄로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봄철 감기나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시기, 바지락이 보호막이 되어준다.

마늘쫑 봉골레 파스타 핵심

마늘쫑의 색다른 식감, 마늘쫑 봉골레 파스타의 핵심은 네 갈래 마늘쫑에 있다. 통통한 마늘쫑을 열십자 모양으로 4갈래로 가른다. 가르면 파스타면과 비슷한 두께가 된다. 네갈래로 갈라진 마늘쫑이 쫄깃하고, 파스타면과 잘 어울린다. 조금 귀찮은 일이지만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마늘쫑이 보이는 봄이되면 매년 가르고 있는 중이다.


난이도: ★★(중하) 소요 시간: 30분

준비 재료

마늘쫑 50g

통마늘 4쪽 (25g)

파스타 면 100g

올리브오일 3큰술

바지락 2 국자 190g

화이트와인 3큰술 (또는 맑은술)

(옵션) 방울토마토 4개, 페퍼론치노(고추) 1개

소금, 후추 약간


조리 방법

1. 마늘쫑은 깨끗이 씻어 네 갈래로 갈라준다. 네 갈래로 가른 마늘쫑은 부드러워져서 파스타 면과 조화롭다.

2. 마늘을 편 썰어 준비한다.

3. 넓은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중불에서 마늘을 갈색이 나도록 튀기듯이 볶는다.

4. 해감한 바지락을 넣고 화이트와인(또는 맑은술)을 넣고 뚜껑을 덮어 1-2분간 익힌다.

5. 바지락 껍데기가 벌어지면 알코올이 날아갈 때까지 1분간 더 끓인다.

6. 네 갈래로 가른 마늘쫑을 넣어 1분간 볶는다.

7.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라 넣고 살짝 익혀준다.

8. 따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파스타를 포장지 표시보다 1분 덜 삶아 건져둔다.

9. 삶은 파스타 면을 소스에 넣고 중불에서 1분간 더 볶는다. 면수 1~2 국자 넣어 농도를 맞춘다.

10. 마늘쫑이 파스타 면처럼 부드러워지면 끝이다.

11.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12. 매운맛을 추가하고 싶으면 올리브오일에 볶을 때 페퍼론치노를 함께 넣어준다.



지금이 아니면 1년 뒤에 맛볼 수 있는 이 맛

날씨가 아무리 요란해도 마늘쫑은 왔고, 그렇게 나는 봄은 완연히 즐길 수 있었다. 부드러운 파스타면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마늘쫑의 쫄깃한 식감, 바지락의 감칠맛이 마늘향과 한데 어우러져 한번 맛보면 매년 봄이 되면 기다려지는 맛이다. 계절이 가져다주는 이 특별한 선물들을 놓치지 않고 즐길 때, 우리는 자연의 리듬과 하나가 된다. 1년뒤에는 봄날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내년 봄에도 마늘쫑을 네갈래로 가르고 있을 거라는 것.

오늘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youtu.be/jCL4mdzFJko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doctorki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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