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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포기 못하는 내과의사, 고기 대신 버섯 두루치기

by 닥터 키드니

깨닫고 나면 걸리는 게 많아진다. 더 이상 예전처럼 하면 안 되니깐.


나는 어렷적을 적부터 고기 없으면 밥 안 먹는 아이였다. 같은 밥상에서 자란 남동생은 생선, 해산물, 채소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었지만, 나는 언제나 고기였다. 의과대학 시절에는 시험만 끝나면 친구와 고깃집으로 달려갔다. 내 살림을 꾸린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날이든, 반대로 먹을 게 없는 날에도, 결국 꺼내 드는 건 고기였다. 맛은 언제나 보장으로 실패할 위험이 적었다. 별다른 손질이나 양념 없이도 밥상을 차리기에도 쉬웠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고기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활습관의학을 공부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다.


과학이 말하는 고기의 문제

모든 고기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붉은 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와 가공육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이다. 이들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붉은 고기 속 헴철(heme iron)은 활성산소(ROS)를 발생시킨다. 활성산소는 우리 몸에 지속적인 염증 반응을 만든다. 만성 염증이 계속되면 결국 대장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 연구팀(Nurses’ Health Study, 2014)은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여성일수록 혈액 속 염증 지표(CRP, IL-6)가 높고, 혈당 조절 호르몬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보고했다.



충격적인 건 나의 질병과 직접 연결된 부분이었다. 2015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은 염증성 장질환(IBD,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포함) 발병 위험이 약 1.5배 높았다. 저자들은 고기 섭취가 염증성 장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과: 52% 재발

식이 요인과 재발 위험
육류 전반: OR 3.2 (95% CI 1.3–7.8)
붉은 고기 + 가공육: OR 5.19 (95% CI 2.1–12.9)
단백질: OR 3.00 (95% CI 1.25–7.19)
알코올: OR 2.71 (95% CI 1.1–6.67)
황(sulphur)/황산염(sulphate) 섭취도 유의하게 재발 위험 ↑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흡연과 같은 등급), 붉은 고기를 2A군 발암물질(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했다. 특히 붉은색 고기는 대장암과의 관련성이 뚜렷하다.


이쯤 되니, 아무리 맛있어도 예전처럼 고기를 습관적으로 먹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바꿔야 했다.


그렇다고 고기를 완전히 끊으라는 말은 아니다. 고기는 여전히 고품질 단백질의 중요한 원천이다. 하지만 매 끼니 고기를 찾는 습관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고기를 두 번 먹을 때 한 번은 버섯으로 바꿔본다. 버섯은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고기와 비슷하다. 버섯은 양념에 잘 베어서 두루치기나 불고기 같은 요리에 넣으면 고기를 덜 먹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버섯 두루치기는 삼겹살 두루치기를 오마주 했다. 양배추, 애호박, 당근, 양파 등 자투리 채소를 볶는다. 미리 간장에 개어놓은 고춧가루에 고추장 양념을 더하고, 마지막에 느타리버섯을 넣으면 끝이다. 쌈 채소에 싸 먹으면 삼겹살 못지않게 든든하고,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비빔밥으로도 훌륭하다.


고기 대신 버섯 두루치기

재료 (2~3인분)

양배추 150g

느타리버섯 280g

당근 40g

애호박 40g

양파 40g

양념장

고춧가루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만드는 법

1.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마늘, 대파를 볶아 향을 낸다.

2. 양배추, 당근, 애호박, 양파 채소를 먼저 볶아준다. 이때 소금을 조금 넣으면 채소의 감칠맛이 올라온다.

3. 양념장은 간장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미리 개어 두면 풋내 없이 깊은 맛이 난다.

4. 볶은 채소에 양념장을 넣고 휘리릭 볶아준다.

5. 버섯을 넣고 빠르게 섞어준다.

6.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톡, 아마씨 가루 뿌리면 완성!

채소만 볶아도 단맛이 충분하지만, 더 필요하다면 불을 끈 뒤 올리고당을 약간 넣는다.


맛있게 먹는 법

쌈 채소에 싸서 삼겹살처럼 즐기기

밥 위에 올려 비빔밥으로 먹기 (+ 계란 프라이 추가하면 더 든든)


작은 선택이 쌓여 건강을 만든다.


나는 여전히 고기를 좋아한다. 다만, 이제 고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고기를 버린 것이 아니다. 단지, 다른 것을 선택할 자유를 얻은 것이다. 누가 고기 먹자고 하면 기꺼이 함께 한다. 다만, 내가 먼저 찾지는 않는다. 누가 고기 사준다고 하면 반갑게 환영하지만, 내 밥상에서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고기대신 선택한 버섯 두루치기, 이런 맛이면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오늘 내용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E-68bHDT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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