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레시피가 떨어졌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건강한 음식을 소개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매주 어떤 주제로, 어떤 음식을 소개할까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문득, 하늘에서 레시피가 툭하고 떨어졌으면 하고 바란다.
얼마 전, 출근길 라디오에서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가수 테이와 이원일 셰프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맛쟁이 신사>. 수요일 아침마다 챙겨 듣는 이 방송은, 내게 작은 휴식이자 영감이다. 때로는 볼륨을 높이고, 레시피를 받아 적느라 출근길을 멈추기도 한다. 다시 듣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날 주제는 복숭아였다. 복숭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제철 과일이다. 은은한 단맛과 입안 가득 터지는 과즙. 한껏 베어 물면 입 주위로 흐르는 복숭아 물을 닦아 내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이금 여기 있음을 알게 된다. 요즘 같은 복숭아 제철, 아침, 저녁으로 꺼내 먹는 게 나의 작은 행복이었다. 그런데 복숭아를 이용한 요리라니 ? 볼륨을 높이 틀었다.
셰프님의 말 한마디가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복숭아는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복숭아 피자, 복숭아 오이냉국... 그동안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던 조합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나는 왜 그동안 복숭아를 '그냥 과일'로만 먹었을까,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날 특별히 소개된 메뉴는 복숭아 살사였다.
살사는 멕시코 전통 소스다. 토마토, 양파, 고추와 각종 허브를 잘게 썰어 생으로 가볍게 섞어 먹는다. 열을 가하지 않는 조리법으로 비타민 C, 효소, 항산화 성분이 온전히 보존되는 장점이 있다. 간단하지만 신선하고 건강한 조리법이다. 거기에 복숭아를 더하면 어떤 맛일까. 집으로 돌아 나는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
복숭아, 씨를 뺀 토마토, 양파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낸다. 씨를 털어낸 청양고추는 살사에 꼭 들어가야 할 매운 맛이다. 향긋한 깻잎 두 장은 살사를 더욱 향긋하게 만들어준다. 라임즙 한 바퀴, 소금과 후추를 톡톡 친다. 그렇게 재료들을 한데 모으니 보기만 해도 생기가 가득했다.
냉장고에서 잠시 숙성한 후 맛을 보았다. 복숭아의 달콤함, 양파의 알싸함, 고추의 칼칼함, 깻잎의 향긋함이 겹겹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간단한 조리법이었는데, 이렇게 복잡다단한 맛을 낼 수 있다니. 제철 채소와 과일이 가진 힘이었다.
복숭아 살사는 제철 과일과 채소가 가진 힘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여름 보약이었다. 그날 라디오가 내 출근길을 멈추게 했던 이유는 단순히 레시피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늘 먹던 과일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이었다. 그 순간을 나는 식탁 위에서 다시금 재현해 낼 수 있었다.
복숭아는 나에게 이제 그냥 먹기만하는 과일이 아니다. 샐러드 위에, 샌드위치 속에,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 여름의 건강과 영감을 전해주는 한 접시의 살사가 되었다.
복숭아 살사 레시피
재료 (2인분)
복숭아 1개 (200g)
토마토 1개 (130g)
양파 1/2개 (80g)
청양고추 1~2개 (36g)
깻잎 2장 (고수 대체 가능)
라임즙 1큰술 (레몬즙 대체 가능)
소금,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복숭아, 토마토(씨를 빼고), 양파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썬다.
2. 고추는 씨를 빼고 잘게 다진다.
3. 준비한 재료를 한데 넣고 소금, 후추, 라임즙을 뿌려 가볍게 버무린다.
4. 깻잎을 잘게 썰어 섞는다.
5. 냉장고에서 30분간 숙성 후 즐긴다.
복숭아 살사가 요리 의학적으로 좋은 이유
항산화 효과
복숭아의 비타민 C·폴리페놀은 항산화 효과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양파의 퀘르세틴은 항염·항산화 작용을 더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장 건강과 소화 개선
생으로 먹는 살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배변 개선에 효과적이다. 특히 발효 과정을 거치면(2~3일 숙성) 유산균이 생성돼 장 건강에 더 이롭다.
저염 식단에 도움
라임즙과 복숭아의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 소금을 많이 넣지 않아도 풍미가 충분하다. 새콤한 맛은 고혈압·심혈관질환 환자에게 유리한 조리법이다.
대사 건강
고추의 캅사이신은 혈액순환과 대사 촉진에 도움을 준다. 기름진 음식(피자·버거)과 함께 먹을 때 느끼함을 잡아주어, 포만감을 높이고 과식을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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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aVVCVEzkaa0?si=6hqjaUPSkpchCR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