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돌아가니까

by 닥터꽉꽉

성당 미사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수녀님께서 한 자매님의 고민을 들어주고 계셨다.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그 자매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꽤나 억울한 일을 당하신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냐며

토로하던 자매님께

수녀님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다 망할 거예요.^^"


살다 보면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오로지 본인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하고 종종 마주칠 때가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이러한 '소시오패스'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대처하는 방법 관련해서 다양한 영상들이 뜨기도 한다.

이렇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나중에 벌 받고 괴로워하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더 뻔뻔하게 잘 산다. 심지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니 심적으로도 평온함을 얻은 경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느샌가 착한 사람만 손해 보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착해서 손해 봐도 상관없다는 성격이면 괜찮은데, 적당히 착해서 내가 나눠준 만큼 타인에게도 인정과 배려를 바라는 성격이라면 아주 상처받기 좋다. 소시오패스들에게 있어 필요할 때 이용하기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남의 눈에 피 눈물 나게 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인과응보에 따라 벌을 받게 되지만, 현실에서는 드라마 같은 일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약하고 착한 사람에게만 유독 억울하고 슬픈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

그럼 나도 앞으로 뻔뻔하고 이기적으로 살아야지 싶다가도 가슴 한편에 무언가 찝찝함이 남는다. 내가 받았던 상처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주는 건,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보면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 상처를 받고, 비슷한 기분을 느낀다.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식에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칠 줄 알면서 남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은 나의 마지막 남은 인간성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 손해 볼 뿐, 슬픔을 참아낸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지금 눈에서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니고 땀일 것이다, 분명.

언제였던가 저런 사람이 나중에 잘 되면 세상에 신은 없는 거라며 미친 듯이 남을 미워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런 마음도 부질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상처를 잊고 나의 삶을 살던 어느 날, 우연히 5-6년 전 나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의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취업도 제대로 안 되고, 그나마 모은 돈도 비트코인으로 날려서 인생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는 거였다. 한창 그 사람을 미워할 때 이런 소식을 들었더라면, '역시 벌 받는구나. 통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이미 관심 밖으로 멀어진 사람이어서 그런지 그렇게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딱 들었던 생각이 결국 본인이 돌려받는다는 것이었다. 모든 게 본인의 세상인 것처럼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무법자로 행동했던 그때는 시간이 지나 과거가 되어버렸고, 현재는 고난과 불운의 연속으로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턴 인과응보가 현실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내가 인지하는 순간은 일부러 죄짓지는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우리가 모르는 순간순간에도 끊임없이 죄는 짓고 있을 테니까. 뻔뻔하고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가 벌을 받기는 하지만, 단지 지금이 아닐 뿐이고, 짧은 기간 내 벌을 받는 게 아닐 뿐이다. 그러니 너무 억울해할 것도, 많은 시간을 그 사람을 미워하는데 쓸 필요도 없겠더라. 어차피 다 돌아 돌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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