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 (8)
얼마 전 유튜브에 북유럽 사람 여러 명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거기서 핀란드가 5년 연속 행복 지수 1위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핀란드인이 얘기하기를 핀란드 사람들도 왜 1위를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기를 ‘우리는 그냥 우리 삶을 사는 것 뿐인데…’ 행복 지수 1위를 했다는 것이다. 행복하지만 행복한지를 모른다는 것, 행복한 삶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트렌드는 늘 바뀌어왔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없어지니 웰빙 열풍이 불었고 몸에 대한 건강을 챙길 때쯤 되니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물론 딱히 지금에서야 행복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것은 아니고 고대에서부터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왔지만 누구 하나 뚜렷한 답을 내린 적은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의 트렌드는 현재를 즐기자인 것 같다. 조금 유행이 지나긴 했지만 욜로족이라는 단어가 쓰였던 것도 비슷한 의미에서인 것 같은데 조금 무리를 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은 나중에 하고 현재 나에게 자극을 많이 주는 것을 찾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인 것 같다. 직업적인, 사회적인 성공이나 커리어 보다는 바디프로필을 한번 더 찍고, 해외여행을 한번 더 갔다오는 등의 행동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것이 행복한 삶일까?’하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순간’은 맞겠지만 ‘행복한 순간’이 꼭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들은 결국에는 뇌에서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맨 행복이 결국에는 뇌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행위로도 뇌는 도파민이 계속 나오게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뇌는 지치고 도파민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오히려 뇌는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끼게 한다. 무력감을 느끼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을 찾아나선다. ‘행복한 순간’에 집중을 하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오히려 도파민을 안정시켜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작은 자극에도 ‘행복한 순간’을 더 잘 느끼기도 하고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어보이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의 기본이 된다. 이것은 의욕이 없는 삶을 살아가자는 말과는 다르다. 매일매일 꾸준히 반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치열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몇십년씩 꾸준한 자기관리를 하는 운동 선수나 연예인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왕도가 없다. 행복한 삶도 마찬가지이다. 쉽고 빠르게 ‘행복한 순간’을 누리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행복한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오히려 핀란드인들처럼 어제와 오늘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행복한지 모르는 상태가 더 '행복한 삶'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도파민을 내가 조절하고 사소한 일에도 행복을 느끼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