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6)
인류가 탄생하고 난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 누구도 명확한 정의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기도 하며 죽을 때까지 갈구하다 가는 것이 사랑이다. 사랑이 주는 자극과 질문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 티비 프로에는 온갖 연애 프로그램들이 난무한다.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나와서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고 설명을 해보려고 하지만 번번히 빗나가고 심지어 정신과 의사가 패널로 나오기도, 참가자로 나오기도 하지만 뜻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서 연구를 해봐도 아직 사랑은 미지의 영역이다.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을 연구하면서 이해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인간은 사랑을 과학적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랑에 또 도전하고 실망하기를 한 평생 계속 하는 듯 하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랑에 또 도전하고 실망하기를 한 평생 계속 하는 듯 하다.
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병원뿐 만 아니라 밖에서도 지인들이 가끔 상담을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사랑에 관련해서이다. 솔직히 나라고 해서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다가 ‘그래도 이야기 하고 나니까 좀 낫네’라고 하며 집에 가고는 하는데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불행에 공통적인 문제의 원인이 조금씩 보일 때도 있다.
연인과 헤어지기 직전 혹은 이후에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거의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말이 있다. ‘내 연인은 딱 하나만 바뀌면 완벽할 텐데’라고. 결국에는 그 ‘딱 하나’가 바뀌지 않아서 헤어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봤다. 그리고 그 ‘딱 하나’가 바뀌지 않아서 부부 관계가 안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그 ‘딱 하나’가 바뀌면 정말 사랑이 완전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누구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딱 하나’의 단점이 바뀐다고 해도 그 뒤에는 또 다른 ‘딱 하나’의 단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단점을 내가 뜯어고친다고 하더라도 사실 관계에 아주 큰 변화가 없을 때가 많다. 오히려 그런 과정에서 자주 다투고 감정 소모를 하다 오히려 더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더 좋은 관계를 맺고 성공적으로 유지를 할 수 있을까?
비결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이 바뀌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기대심을 버리는 것이다.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 사람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대방을 바꾸기가 더 힘든 경우들이 많다. 부부가 서로의 말은 듣지 않지만 오히려 친구들의 조언은 잘 듣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자녀가 부모의 말은 듣지 않지만 친한 선후배의 말은 잘 따르는 경우도 많다. 가까운 관계에서 상대방이 바뀌기를 바라면 오히려 실망만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과일로 비유를 하자면 내가 사과면 다른 사람은 포도이다. 포도를 먹고 사과랑 같은 맛을 기대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다. 포도는 포도의 맛이 있고 사과는 사과의 맛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 포도를 더 좋아하기도 사과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내가 포도를 싫어한다고 해서 포도가 맛이 없거나 안 좋은 과일이 아니다. 포도를 미워할 필요도 없다. 포도를 사과로 바꿀 수도 없다. 포도를 사놓고 사과 맛이 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만약 당신이 오늘도 가족, 부부, 연인, 친구 간에서 다투고 관계가 틀어졌다면 상대방의 과실을 묻기 전에 먼저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지 생각해보자. 포도를 사놓고 사과 맛을 바란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자. 그러한 욕심을 줄인다면 오히려 관계가 더 좋아지고 서로 더 존중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