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하지 못한 말 (12)
세상은 태어난 순간부터 고통의 연속이다. 물론 고통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용을 써서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나오는 그 과정부터 고통이다. 산모도 아이도 모두 아프다. 이전에 겪은 고통을 이겨내고 참을 만큼 성장했다 싶으면 또 다른 고통이 온다. 마음의 준비가 된 고통도 있지만 대부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쩔 때는 나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고통이 찾아오기도 한다. 세상이 내지르는 어퍼컷을 제대로 맞고 다운되어서 몇 년씩이나 마음의 구덩이 안에서 헤매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궁금해한다. ‘대체 이 많은 고통 속에서 행복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동일한 질문은 나는 참 많이 받는데 수 많은 답 중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하게 진화되어 왔고 설계되어 있다. 해야하는 것들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있는 것이다. 잠은 적당히 자야 하고, 제 때 음식을 먹어줘야 하며,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고, 사랑을 주고받아야 하며, 개인적인 성취를 느끼며 살아야 한다. 이 모든 것들 것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에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회피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나를 더 불행하게 한다.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은 그들보다 조금 더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친구나 연인에게 배신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이어져야 하며, 직장에서 지쳐서 퇴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질려 치가 떨리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애를 가져야한다. 남을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매일 같이 본인을 채찍질 해라는 말은 아니다. 억지로 사랑을 하고, 억지로 사람을 만나고, 억지로 출근을 꾸역꾸역 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 세상 모든 것에서 지쳐서 마음 속의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봐야지라는 마음을 가지자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약속하건데 며칠만 지나면오늘보다는 좋은 날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