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향한 길
어느 정신과 의사의 일기(4)
힘겹게 일어나서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실은 A씨는 오늘도 매일 출근 지옥에 빠진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낀다. 직장에서 쉴 때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해서 할부로 산 아이폰14로 다른 사람들 인스타 피드를 본다. 거기에는 오늘 휴가를 간 친구 B, 새로 차를 뽑은 선배 C, 이번에 결혼을 하는 지인 D이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있다. 나 빼고 모두가 행복한 것 같다. 휴가도 가지 못하고 차도 없고 결혼도 아직 하지 않은 A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퇴근 이후에 A씨의 행복을 찾아 떠난 여정은 계속 된다. 자신을 위해서 맛있는 식사를 한끼 사 먹고, 자신의 몸을 위해서 투자를 하여 운동도 하고 밤에는 짬을 내서 책을 읽는다. 하지만 그 모든 활동이 잠시의 안도감과 성취감을 주지만 하루의 끝에 '내가 행복한 하루를 보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모두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잠들기 전 유튜브로 법정 스님의 강연을 들으면 내일은 행복한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며 잠든다.
고도의 성장기 이후의 한국에서 '좋은 삶', '행복한 삶'에 대한 욕구가 늘어갔다. '웰빙', '워라밸' 등으로 이름은 계속 바뀌지만 결국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병원에서 환자들이나 밖에서 지인들도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나도 정답을 모르겠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고 다양해서 모른다는 표현이 조금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은 행복은 교환되거나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행복을 수단이 아니고 목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상이지만 위에 예시로 언급한 A씨의 경우가 그렇다. SNS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고가의 물품을 구매했다던지, 여행과 같은 값비싼 경험을 했다던지, 아니면 사회적 지위나 개인적인 상태 변화를 보고 판단을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행복과 연관이 아예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은 이렇게 무엇과 교환해서 얻거나 목표로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내가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요즘 밈처럼 돌아다니는 것 중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면 돈이 부족한게 아닌지 확인해보아라'라는 말이 있다. 행복은 교환되거나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들 수중에 돈이 많이 생겼을 때나, 명예를 성취하였을 때 행복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막상 내가 원하던 물건을 사고 나면 금방 그 '행복감'이라고 느꼈던 감정은 금방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남들보다 더 즐기기 위해서는 뛰어나 미각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보며 찬찬히 음미를 해야한다. 뛰어난 음악을 즐기려면 많은 음악을 듣고 필요하면 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공부해야한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도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행복한 경험을 천천히 음미하고 많이 경험하며 배워야한다. 무엇을 할 때 내가 행복한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행복한지, 어떤 환경에 있어야 내가 행복한지 이러한 것들은 느끼고 배워야한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이것이 굉장히 힘들다. 행복한 순간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떠나버리기도 하고 같은 것을 하더라도 행복할 때도 있고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모여서 나중에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안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수 있냐라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은 매순간 늘 고난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성취 할 수 없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헛된 노력은 덜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