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34)
저는 생각이 많거나 정신이 없을 때 명상을 하곤 합니다. 오전 진료가 끝나고 점심시간에 10분 정도의 명상으로도 오후 진료에 훨씬 더 집중을 잘할 수 있습니다. 명상의 긍정적인 효과는 뇌과학적으로도 많이 입증되었습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명상은 주의 집중력, 행복감을 증가시키고 우울감, 불안감, 트라우마 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명상은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 너무 힘들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 명상을 시도할 때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눈을 감은 채 잠에 빠져들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공부도 하고 연습을 하며 이제는 다소 명상에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고작 10분의 명상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생각에 집중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나만 아니라는 사실을 연구 결과를 보고 힘을 얻었습니다.
버지니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티모시 윌슨은 사람이 얼마나 생각에 집중하며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사람이 가만히 있는 것을 못하는 정도를 넘어 싫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6-15분가량을 아무 행동을 하지 않고 생각에만 집중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 이때 참가자들은 89%는 정신이 다른 곳으로 샜다고 보고 하였고 49% 가만히 생각에만 집중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고 보고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결과는 그다음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티머시 교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과 스스로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자극을 주는 것 사이에 선택권을 줬습니다. 그러자 참가자들 중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에게 고통스러운 전기 자극을 준 사람이 40%나 되었습니다. 남자들에게만 이것을 국한한다면 무려 67%까지 증가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실제 고통보다 더 참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티모시 교수는 이런 결과를 우리가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으면 특정 생각의 굴레에 갇히기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할지 직접 고르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또 그만큼 생각을 자신의 뜻대로 조절하는 것은 어려우면 이를 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일련의 실험은 2014년경에 진행된 것으로 아마 스마트폰과 여러 숏폼에 노출된 현재의 우리에게 다시 실험을 한다면 더 극명한 결과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생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지 못하고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마음이 만들어낸 고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