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행복의 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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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보면 어떻게 태우가 그렇게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가 조금은 이해됩니다. 반대로 기환의 특성을 설명해 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성격 특성과 행복의 연관성에 대한 1980년의 연구에서는 신경증적 성격이 부정 정서, 즉 불행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여기서 성격은 오랜 기간 동안 한 사람의 변하지 않는 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타고난 부분을 의미합니다. 그중 신경증적 성격이란 불안과 우울을 더 많이 느끼는 성격을 의미합니다. 얼핏 보면 너무 당연해 보이는 결과이지만 그만큼 행복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타고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연구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심리학자 중 한 명은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라고 극단적으로 말하기까지 합니다.
경제적 능력, 외모, 지능, 건강 등도 타고난 것이 달라서 억울해 죽겠는데 이제는 행복까지 타고난다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왜 하필 이런 유전자를 물려줬나?’라고 조상들에게 분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역시 나는 행복해질 수가 없어’라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결과 자체는 우리의 출발선을 보여줄 뿐이지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행복에 유전이 50%나 관여한다는 말은 나머지 50%에 의해서도 행복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물이 반 밖에 없네’와 ‘물이 반이나 차 있네’와 같이 말장난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나머지 50%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행복이 많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 연구와 또 다른 심리학자들이 시행한 연구에서는 행복 수준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활동과 습관 세 가지 측면에서 결정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는 특히 활동과 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도 합니다.
또 행복에는 유전성이 있다는 말과 유전적으로 타고난 행복에 변화가 생길 수 없다는 말과는 다릅니다. 사회의 거대한 집단 안에서 나는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에 속할 수는 있지만 분명 어제보다는 오늘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뇌는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 절대적인 양보다는 상대적인 변화에 훨씬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10만 원짜리 책상을 5만 원으로 깎아준다고 하면 차를 타고 멀리까지 가겠지만 5천만 원짜리 차를 살 때는 5만 원 차이로 다른 지점으로 잘 옮기지 않습니다. 같은 5만 원 차이지만 상대적인 변화가 훨씬 적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을 덜 느끼는 특성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만 찾아낸다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행복은 경쟁이 아닙니다. 남이 더 행복을 느낀다고 나의 행복이 더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유전적으로 행복을 더 잘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결국 나의 행복은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유전적으로 행복이 결정되어 있다는 결정론자들의 말은 너무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찾아 늘려나가기에 바쁠 테니까요. 태우와 기환이의 행복 중 누구의 행복이 더 큰지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둘 모두에게 남보다 행복한 것보다 내일 더 행복한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다니엘 카너먼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습니다.
"시간 사용은 행복을 개선하는 가장 큰 결정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전자는 다소 불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겠지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있습니다. 시간을 어디에 써서 어제보다 행복한 내가 될 수 있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