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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Oct 17. 2024

행복도 유전일까?(1)

불행한 환경 속에서 행복한 사람들

저에게는 태우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태우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라서 서로를 꽤 잘 아는 편입니다. 그는 제가 본 인물들 중 가장 긍정적인 친구인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습니다. 한창 인기가 있었던 연예인 장원영의 유행어 ‘럭키비키 잖아’를 의인화한다면 이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항상 행복한 그에게도 과거에 그림자는 있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 이혼하여 할머니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도 못해 원하는 것을 먹거나 가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런 환경에 대해서 탓하거나 주늑이 들 법도 한데 그는 늘 씩씩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물론 그도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슬퍼하고 힘들어했지만 금방 다시 행복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쫓아갑니다. 불안도 오래가지 않아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좋은 경험이었어. 다시 시작해 보자’고 말합니다. 어렸을 때 다소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지금은 제 주위 친구들 중에 그가 가장 행복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친구 기환이는 태우와는 완전히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화목한 가정에서 큰 부족함 없이 자랐습니다. 학교 생활에서도 친구들과 잘 지내는 편이고 공부도 못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상하게 항상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불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불안감 때문에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었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자신의 원하던 서울대학교에도 진학했습니다. 대학교도 무사히 졸업했지만 혹시나 더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박사과정까지 했습니다. 박사 과정이 끝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수입도 괜찮고 결혼도 했으나 여전히 그는 삶 전체가 행복하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인생에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늘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을 위주로 현재 상태를 설명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도 주위 환경에 의해서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SNS의 발달로 남과 비교를 많이 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는 특히 태어난 환경에 따라 행복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태우처럼 주어진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환이처럼 부족함이 없는 환경임에도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위에 어쩌다 보이는 예외를 가져와서 얘기를 하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과학은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더 중요한 것은 유전이라고 합니다




1996년에 Lykken과 Tellegen이라는 심리학자들이 행복의 유전성을 일란성쌍둥이와 이란성쌍둥이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총 1400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이들이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 설문조사와 심리검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일란성쌍둥이는 100%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이란성쌍둥이는 평균적으로 50%의 유전자를 공유하므로, 이 둘을 비교함으로써 유전적 요인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에서 쌍둥이들이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더라도 그들의 행복 수준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측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일란성쌍둥이들이 환경적 요인과 관계없이 매우 유사한 행복 수준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반면, 이란성쌍둥이들은 같은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행복 수준이 일란성쌍둥이만큼 유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행복의 약 5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는 행복이 환경이나 상황보다는 개인의 타고난 성향, 특히 유전적 특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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