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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mom Oct 28. 2022

진심을 다해 살기, 장인처럼

일하는 부모의 장인성(masterity)

가정 있는 여잔데, 장인처럼 일하라고?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영혼을 갈아 넣어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내는 장인들

그들은 왠지... 집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워커홀릭처럼 일에만 빠져서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것만 같다.

엄마들이 어떻게 장인처럼 일할 수 있겠는가?

육아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대단한 성과나 도약을 탐하는 것은 많은 희생을 수반한다.  

보통의 엄마들에게 슈퍼우먼이 되라는 것도, 가정을 포기하라는 말도 별로 정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인처럼 일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장인의 경지를 목표로 삼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장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 자세를 본받자는 것이다. 일에서 뿐 아니라 삶 전체를 통해, 그러니까 돈 버는 일 외에도 맡겨진 모든 역할들에서 장인처럼 진심을 다해보자. 이 것은 일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것이다. 


Back to the basic


일의 본질을 바로잡아야 꾸준히 길게,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아실현과 자아초월의 욕구를 갖고 있어서, 기왕 사는 인생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어 한다. 가능하다면 삶을 통해서 어딘가에 기여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사는 이유,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 한다. 이 것을 삶의 '가치지향성'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삶의 방향성이 분명해야 그 속에서 일의 위치가 분명해진다. 그래서 결국은 더욱 즐겁고 만족스럽게 일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받침이 된다.  

가치지향적인 삶에서는 일과 일 외의 삶의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할 필요도 없다. 여성으로서, 혹은 부모로서의 정체성과 역할들은 일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실질적 도움을 주기도 한다. 출산과 육아 경험은 일하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점검해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녀는 일에 쏟을 물리적 에너지를 분산시켜 부담을 주기도 하지만, 일을 해야 할 명분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일의 경험과 가정에서의 경험은 서로 교차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창조하고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영혼 없이 일하기' 말고, '진심으로 살기'

 

환경에 대한 마음을 담아 비영리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창업가,

좋아하던 바느질을 업으로 삼아 강연까지 다니게 된 중년 여성,

교사 경력과 부모 경험을 버무려 교육에 대한 책을 쓰고 코칭을 하는 유튜버,

퇴근 후에 야학에서 어르신들께 과학을 가르치는 대기업 직원,

플랫폼 노동자로 일하며 원할 때 훌쩍 여행도 떠나는 젊은 청년,

경제적 자립으로 일찍 은퇴하고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사는 파이어족까지…

이제 각자의 가치와 선호에 따라 일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해졌다.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양적 몰입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오히려 의미 있는 일을 지향하고 사랑하게 되는 질적 몰입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일에 대한 진심이 저절로 일 중심적인 삶을 살게 해 주고 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주는 것이다. 오로지 양적으로 ‘많은 시간’을 ‘꾸준히’ 일에 할애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도 된다. 대신, 질적인 측면에서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는 것이다. 진심으로 살기로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일할 때도 진심을 다할 수 있게 된다. 삶의 이유 안에 일의 이유를 정렬시켜서 일을 통해 돈벌이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장인'다워진다.


일 할 때는 확실하게, 즐김과 열심으로

 

일개 직업인이 끝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장인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자기희생적일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그 과정의 곳곳에는 즐거움들이 포진해 있어 나름 '꾀 할만하다'. 전문성을 키워가는 자기 성장의 과정에서 느끼는 배움의 즐거움, 한 단계씩 성취할 때마다 느끼는 짜릿함,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라는 자부심...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이 일에 대한 진심을 지속할 수 있는 동인이 된다.

일과 가정을 넘나들며 일해야 하는 부모들의 경우, 주위가 환기됨을 통해서 일의 시간이 짧더라도 효율은 배가된다. 어쩔 수 없이 일하지 않은 시간들 때문에 일의 소중함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엄마인 여성에게 일이 주는 재미는 참 다양하다. 육아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보내자마자 새 노트북 위에서 내 손은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는 어느 번역가의 회상처럼 말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이뤄가는 성취감도 있고, 공들인 노력의 결과물을 통해 느끼는 성공 경험도 있다. 일과 가정에서의 경험이 서로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감을 줄 때 느끼는 짜릿함도 있다. 유리천장을 깨는 쾌감도 있고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만족감도 일의 기쁨이다. 자녀들이 엄마의 일을 자랑스러워할 때 더없이 뿌듯하다. 외부에 드러나는 경력의 화려함이 어떠하든, 크고 작은 희열과 몰입의 즐거움을 차곡차곡 쌓아보자. 일이 즐거우면 더욱 성실할 수 있고, 또 열심히 하다 보니 성장하고 성과를 보이며 또 다른 만족감을 느끼는 선순환을 경험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분하고 일-가정 병행의 고단함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벅찰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하는 맛이 일하는 삶을 유지시켜준다. 일 자체에의 몰입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삶의 즐거움도 배가시켜준다.


장인과 장인성 이론 (장원섭, 2015)
'현대 사회에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이상형'으로서 '장인'의 개념을 재정의할 때, 장인은 자기 자신에게뿐 아니라 사회에도 이로운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에게서는 단지 '장인정신'이라는 정신적 차원을 넘어서는 다양한 특성들이 발견되며 이를 장인성(masterity)이라 부른다. 장인성의 8요소는 1) 지독한 학습, 2) 성장 의지, 3) 해방적 일하기, 4) 창조적 일하기, 5) 배움의 확장, 6) 배움의 베풂, 7) 정상 경험, 8) 고원에서의 삶이다. 이 8가지 요소는 서로 상호작용하고 순환하면서 일하는 개인을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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