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ctormom Sep 23. 2022

경력단절과 육아휴직에 대한
발상의 전환

일과 거리두기의 기회, 나를 알아갈 기회


"흔들리는 시간들이 아니라
밑으로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려고 노력했죠(인터뷰이 이**)."


육아휴직:  ‘남녀 고용 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자녀 양육을 위해 휴직할 수 있는 제도이다. 1년의 유급 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되며, 2년의 무급 휴직기간을 제공되기도 한다. 

마미트랙: 자녀 돌봄을 위해 경력이 간절되거나 근무시간과 강도를 줄이는 더 느리고 완만한 경력경로를 커리어 트랙(career track)에 대비하여 일컫는 표현이다.

경력단절: 임신, 출산, 육아, 자녀교육의 이유로 경력이 중단된 상태를 이르는 표현으로 쓰인다. 최근에는 그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경력단절여성'을 '경력보유여성, 경력준비여성(경준녀), 경력확장여성' 등의 대안적 표현들이 제안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적 경제 논리가 작동하는 곳이다.

자본주의가 낳은 무한경쟁, 약육강식, 물질만능의 가치들...

일터에 그리고 사회에 깊숙이 깔려있는 그 헤게모니에 의해

우리는 성과와 목표를 지향하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위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살이에 익숙해졌다.


경제적으로 환산이 가능한 노동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가정에서의 자녀 육아, 노부모 돌봄, 가사 등과 같이 금전적인 대가가 지불되지 않는 노동은 

그 가치가 간과된다. 

남녀 할 것 없이 더 큰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가 주어지는 일자리를 선망한다.


이런 경제학적 관점과 자본주의적 가치에 따르면 마미트랙은 열등한 경력경로이다. 

마미트랙은 더 낮은 연봉, 더 낮은 승진기회로만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여성들은 임신을 하는 순간 뒤쳐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출산과 무관하게 경력을 유지하는 남편과 자신을 비교하면 더욱 억울하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의 의미는 경제학적 측면만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느리고 완만하다고 해서 반드시 열등성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경력 열망, 경력 성공에 대한 기대를 미리 포기해버릴 필요도 없다.

(그것도 직업에 관한, 경력에 관한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일시적 느림일 뿐인데 말이다.)


출산 후에도 자녀를 양육하며 긴 시간 동안 질적으로 의미 있게 일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에게서는 

이렇게 경력이 위태로운 때에, 경력의 위기 앞에서

객관적인 성찰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일의 방법과 의미, 명분을 정비하는 특징이 두드러지더라.

그들은 자신에 대한 객관화, 일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메타인지를 발휘하여

일에 대한 진정성을 다져나갔다.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경력단절, 육아휴직의 시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일의 의미나 사명감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일 자체의 의미보다는 근무시간, 조직문화, 연봉, 복리후생제도 등의 조건에 더 관심을 가진 채 일을 시작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가족 부양의 책임 때문에 잠시 일과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살피고 일의 의미를 가다듬을 여유를 갖기가 현실적으로 더욱 어렵다.


나는 왜 하필 이 일을 하는가? Is this the right work for me?

지금 내 직업이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것인가? 
육아를 병행하는 일상의 고단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킬만한 일인가?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경력단절을 선택할 것인가? 마미트랙을 탈 것인가? 더 열심히 이 악물고 독해질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끝에

일의 당위성이 명확해지면 일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

의미 있게 일하기가 가능해진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이런 원초적인 질문 앞에 자신을 세울 기회를 얻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기간은 일과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러니

출산이라는 거대한 변곡점 앞에서 경력에 대한 고민이 크다면, 

일로부터 멀리 떨어져 볼 당당한 명분을 계기 삼아 자신과 일의 관계를 돌아보면 어떨까?

지속가능한 경력을 위한 첫 단추를 일과 잠시 떨어져 있는 기간에 다시 채워볼 수 있다. 


마미트랙, 단절, 휴직

그 무시무시한 프레임들에 겁부터 먹지 말기를....

마미트랙이 영원히 느리고 완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전 11화 엄마의 '나다움'에 대한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