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방 두 칸짜리 집으로 이사하면서 남편에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웬걸, 아이를 낳고 나니 자꾸만 늘어나는 짐을 감당할 수 없어 방 3개짜리 집으로 겨우겨우 이사온지 벌써 1년째. 처음에는 분명 넓다고 생각하고 감격에 겨워했는데, 어느새 슬금슬금 늘어난 짐으로 가득 차 여백이라곤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 집이 넓어지는 것과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내 공간에 대한 로망을 갖는다는 것,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은 나를 소중히 돌보고 싶다는 증거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고 싶다는 마음.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가슴 한 구석에 그런 상상을 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기만의 (책) 방, 이유미. 15p
한참 직장 일도 많아 힘들고, 아이까지 아파 고된 육아로 지쳐 가라앉아 있던 와중에 이 글귀가 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 집에는 나를 위한 공간 한 뼘 없었다. 하나는 아이방, 다른 한 방은 잡동사니와 함께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차지가 된 지 오래. 거실도 대부분 아이의 장난감으로 가득했다.
그래, 나만의 공간을 만들자.
나도, 내가 원하는 공간 하나쯤 만들어보자.
나는 바로 머릿속으로 집안을 둘러보며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책 몇 권과 간이 테이블, 편안한 의자를 두고 내 한 몸 앉을 수 있는 공간.
아이의 장난감으로 가득 찬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난 언젠가 거실 전체를 안락한 서재로 만들어버리고픈 소망을 조용히 품고 있었다. 낡은 패브릭 커버로 덮여 있는 소파베드와 두꺼운 층간소음방지 패드 위에 놓인 수많은 장난감. 그 사이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