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나에게 묻는 안부

by 닥터스윗비

원래도 화장을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 내가 그나마 챙기던 것은 립스틱. 어릴 땐 아무것도 안 발라도 붉은 생기가 돌았던 입술이 (그땐 그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는데) 어쩐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거무죽죽해지더니 어느 순간 뭐라도 가볍게 바르지 않으면 아픈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립스틱은 30초면 뚝딱 바를 수 있고 다른 화장에 비해 난이도가 쉬웠다.


출산 후. 얼마 안 되어 코로나가 터졌다. 평소에도 병원에서 일할 때 덴탈 마스크를 열심히 끼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두터운 KF마스크가 전 국민의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동시에 나의 립스틱 시대도 끝이 났다.

마스크에 묻기만 할 뿐 남들도 나도 볼 일이 없는 나의 입술에 비싼 화장품을 바를 이유가 점점 없어졌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마스크를 벗은 내 얼굴을 보았다.

피곤함에 기운 없는 얼굴.

화장을 제대로 해본 게 언제더라?

그러다 프로필 사진 촬영 때문에 꺼내 두었던 립스틱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발라보는 건 어때?


문득 마음이 말했다.


나를 가꾸는 일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일. 그날의 기분이나 일정에 따라 색을 고르고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일.


오늘 컨디션은 괜찮니?

오늘은 누굴 만나니?

어떤 옷을 입을 거야?


립스틱을 바르는 것은 그렇게 나를 살피는 일이었던 것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했다.

덕분에 생기 있어 보이는 모습도 마음에 든다.


비록 여전히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지만 매일 아침, 나는 다시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에게 안부를 묻기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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