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에이터 분들뿐만 아니라, 마케터 분들도 알아두시면 좋을 이야기입니다. 2016년쯤부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슬슬 알려지기 시작했죠. 연예인도 아닌,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에 등장하는 사람에게 광고를 맡기는 마케팅 방식입니다. 당시엔 TV프로그램보다 훨씬 조악하게 만든, 디지털 콘텐츠에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부 마케터는 빠르게 들어갔고, 나머지 분들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전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발점이 되는 사건 혹은 콘텐츠에 따라 1~8세대로 나눕니다.
1세대의 시작은 2015년 정도입니다. 이 당시 아프리카TV,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가 있었죠. 2016년 중반쯤 주목할 만한 이슈가 생깁니다. 대도서관님이 유튜브로 이적한다는 내용이었죠. 대도서관님이 유튜브에 집중하신 뒤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세대 크리에이터 분들 특징은 이전에 말한 카테고리 중 ‘대분류’의 소재를 대중적으로 다루는 분들이었어요. 푸드, 게임, 뷰티, 키즈, 뮤직 등이죠. 여기에 광고주들이 광고를 집행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슬금 슬금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대중적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소구력이 약한 것 아닌가?’
그래서 등장한 것이 2세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입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다루는 소재 자체가 지엽적이에요. 이에 구독자 수는 크지 않았죠. 대신 팬덤과의 관계가 메가급에 비해 훨씬 끈끈했죠. 1세대와 2세대를 비교하면 이런 식입니다. 1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는 기초화장이나 색조화장 등 뷰티에서 큰 카테고리를 다루었다면, 2세대 뷰티 크리에이터는 피부 전문가가 피부 관점에서 화장품을 리뷰하는 식이죠.
혹은 그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카테고리의 크리에이터 분들이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양봉 농가, 길거리 음식 리뷰, 농사 관련, 알바생 브이로그, 힙합 등입니다. 카테고리를 단순히 푸드, 뷰티, 게임, 뮤직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세분화된 카테고리들이었습니다. 즉 1세대엔 대중적인 취향이 반영된 것이고, 2세대엔 마이크로한 취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은 대중적인 메가급 인플루언서에 비해 ‘신뢰도’와 ‘충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시청자 피드백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메가급에 비해 더 소통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죠. 더군다나 구독자 수에 기반한 광고 단가의 설정으로, 메가급 인플루언서에 비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단가가 훨씬 쌌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죠.
“1명의 메가 인플루언서에게 광고 집행하는 것보다, 10명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에게 집행하는 게 낫다”
혹은 “구독자 1만만 넘어도 평생 먹고 산다”
3세대는 TV 방송국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TV 방송국들이 TV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진의 규모를 축소해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PD 1~2명, 작가 1~2명, 촬영, 조명 및 오디오 감독 1~3명, 연예인 1명 정도로, 대략 8~10명 정도가 1개의 팀이 된 거죠. 그만큼 일반 크리에이터 분들에 비해 제작비가 늘어났고, 퀄리티도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를 ‘슈퍼 프리미엄 콘텐츠’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콘텐츠는 고동환 PD님의 <와썹맨> → <워크맨> → <네고왕> 시리즈입니다. 이 세 개의 변천사를 보면, 아직도 감탄사가 나옵니다. 와썹맨은 박준형님의 여포 캐릭터로 평균 조회 수 200만~400만을 뽑아냈고, 당연히 광고가 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워크맨>은 장성규님의 신박한 드립 캐릭터도 있지만, 포맷 자체가 사기였죠. 우리나라엔 수많은 기업이 있었고, 그 기업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는 포맷 자체가 끝내주는 콘텐츠이자, 광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화룡점정은 <네고왕>입니다. 중국발 커머스 유행이 들어온 후, 저는 한국의 환경이 중국과 다르기에 커머스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네고왕은 ‘황광희’님과 ‘장영란’님을 필두로 브랜드에 가서 제품을 소개해 주고, 할인을 유도하고 판매까지 이끌어내는 콘텐츠였죠. 그동안 유튜브 기반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 확보’가 메인이라는 것을 깨준 동시에, 확실한 구매 전환을 보여주었죠.
4세대는 매시업 콘텐츠가 등장합니다. ‘매시업 콘텐츠(MashUp)’란 기존에 방영되었던 TV 방송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만 짧게 잘라서, 유튜브에 올리는 콘텐츠를 말합니다. 매시업 콘텐츠의 시초이자 대표적인 채널이 MBC의 <5분 순삭>입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과 같은 이전의 히트 프로그램을 변화하는 시청 형태에 맞게 올린 것입니다. NFT까지 팔린 무한도전의 ‘무야호’도 매시업 콘텐츠 중 하나입니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이미 쓸모없는 IP를 단순 컷 편집만 하여 유튜브에 올림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수익을 올렸죠. 제작비 입장에서 극도의 효율성을 갖고 있습니다. 감 좋은 컷편집 프리랜서만 공장처럼 운영하면 되니까요. 요샌 매시업 콘텐츠에도 제품을 노출시키는 디지털 상품이 있지만, 광고 효과는 글쎄요… 단순 노출 정도로만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제 5세대로 넘어갑니다. 기존에 TV만 보던 어르신들이 유튜브로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계기가 뭘까요? 바로 <내일은 미스터트롯1>입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그동안 트로트는 KBS1를 중심으로 음지에 있었습니다. 보는 사람만 봤죠. 하지만 이를 양지로 끌어내어,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1>의 TOP7 아티스트 분들 모두 유튜브 채널을 팠고, TV조선에서 <미스터트롯>, <아내의 맛>,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터>를 잘라서 올렸죠. 4세대의 매시업 콘텐츠를 그 당시 방영 프로그램으로 이어받은 거죠. 다만 다른 점은 이 당시 아티스트 분들의 채널과 TV조선 채널의 메인은 ‘노래 콘텐츠’였다는 점입니다. 어르신들은 TV에서 이분들의 노래를 듣고, 다시 한번 듣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어르신들은 유튜브에서 이분들의 노래 영상을 찾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셨고, 해당 채널들의 구독자 수와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죠.
그리고 유튜브로 들어온 어르신들이 아티스트 채널 외, 본인의 취향에 맞는 채널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정치, 레시피, 건강 관리, 노후 대비, 중년의 연애, 낚시와 등산, 바느질 등 이전에 등장하진 않았던 카테고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 카테고리의 타깃에 맞는 브랜드들이 디지털 광고 집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6세대는 ‘빙그레우스’ 인스타 계정으로 시작된 ‘부캐’와 ‘세계관 마케팅’입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의인화하여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었습니다. 캐릭터와 캐릭터 의상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성들도 빙그레의 과자 모양에 기반하여 만들어졌고, ‘빙그레 나라’라는 과자들의 왕국이라는 세계관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세계관 마케팅이 화두가 되었고, 크리에이터가 여러 세계관을 분리하여 그 안에 캐릭터를 만드는 ‘부캐 콘텐츠’도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피식대학님의 ‘05학번이즈백’, ‘한사랑산악회’, ‘B대면데이트’, 빵송국님의 '매드몬스터', '이호창 본부장'가 대표적인 콘텐츠입니다. 또한 임영웅님도 ‘임영광’이라는 대학생 컨셉의 부캐 콘텐츠를 제작했죠. 세계관과 부캐를 통한 마케팅의 핵심은, 해당 세계관에 핏하게 맞는 제품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빙그레우스는 과자들의 왕국이라는 컨셉이 있어서, 빙그레의 모든 제품을 녹일 수 있습니다. 05학번이즈백에 선 2000년대 초 감성에 맞게 그 당시의 술자리를 맥주 제품과 함께 녹일 수 있고, 빵송국의 이호창 본부장은 커피 공장을 시찰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는 것입니다.
7세대는 유튜브 콘텐츠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등장하죠. ‘시리즈’라는 말처럼, 단순히 1편의 영상이 아닌 6~8편 정도 되는 시리즈물을 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시리즈엔 신박한 기획력이 밑바탕 되었죠.
대표적인 콘텐츠가 <가짜 사나이 1,2>, <머니게임> 등입니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기획력이 받쳐주는 만큼 조회수 200~300만은 가볍게 넘었습니다. 머니게임 1편부터 8편까지의 조회 수는 600~1,000만입니다. 즉, 마케터 입장에서 볼 때, 기획력 짱짱한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에 광고 집행을 하면, 광고 효과는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뜻이었죠. 더군다나 100만 넘는 메가 크리에이터한테 수천만 원 비용 집행을 한 뒤 조회수 10-20만 나오는 것보다, 좀 더 마케팅 비용을 써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하는 게 낫죠. 오리지날 시리즈의 1편이 터지면, 8편까지 다 터지니까요.
또한 IMC 마케팅 예산에서 디지털 광고가 차지하는 부분은 아직도 낮은 편입니다. 마케팅 예산이 100억이라면, 잘 될지도 모르는 메가 크리에이터에 몇천만 원 집행하느니, 좀 더 비용을 써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집행하는 게 낫다는 뜻입니다. 기획력 받쳐주는 오리지널 시리즈는 조회수가 짱짱하니까요.
여기에 OTT까지 붙기 시작합니다. 왓챠가 투자한 <좋좋소>가 대표적이죠. OTT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요즘은 격투기 카테고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주 핫합니다. '정찬성님의 파이트클럽과 좀비 트립', ‘무채색필름님의 블랙컴뱃', ‘MVM의 데쓰 아일랜드’ 등이 있죠.
마지막 8세대입니다. 8세대는 유튜브 쇼츠 기반, 숏 콘텐츠와 쇼츠 채널들의 등장입니다. 유튜브에서 쇼츠를 미국과 인도에서 테스트한 후, 작년 상반기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론칭했죠. 숏폼 콘텐츠의 강자였던 틱톡을 이기기 위해, 유튜브 자체에서 쇼츠를 밀어주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쇼츠 콘텐츠의 폭발적인 조회수, 쇼츠 채널의 구독자 급성장, 그리고 쇼츠 콘텐츠를 제작하면 유튜브에서 일정 금액을 보상금 형태로 주는 쇼츠 펀드를 운영하였죠. 당연히 틱톡커들도 빠르게 유튜브로 넘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쇼츠 영상의 광고 단가가 설정되었는데요. 체감상 일반 브랜드콜라보 상품의 1/5 ~ 1/4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공수가 덜 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틱톡 단가가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죠. 이러한 숏폼 콘텐츠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 특성을 고려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챌린지류의 마케팅은 틱톡에, 짧은 기획물 형태의 마케팅은 유튜브 쇼츠에 해야 광고 효과가 제대로 나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틱톡은 몸을 써서 편집과 필터를 잘 입히는 콘텐츠 위주고, 유튜브는 기획을 통해 빠른 속도로 쳐내는 콘텐츠가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변천사를 다시 한번 보여드리면 위와 같습니다. 2018~2019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대중화될 쯤엔, '인플루언서 마케팅=유튜버 광고'를 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광고 상품도 다양해지고, 콘텐츠 형태도 다양해지고, 제작자(방송사)들도 다양해졌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더이상 유튜버 광고만을 의미하지 않죠. 그만큼 앞으로도 디지털 마케팅은 더 커질 겁니다. 핫하다가 잠시 주춤한 메타버스도 그렇고, 레거시 미디어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중요한 것은, 역시나 디지털 광고도 ‘짱짱한 채널에 디지털 광고를 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균 조회수가 구독자 수에 비해 월등히 낮다면, 즉, '채널이 죽어있다'면 돈 낭비하시는 겁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02577
※ 참고자료
1. 프응TV님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LJNGmEfcuugzEjLyZ6mKKw/featured
2. 윤쭈꾸님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DUGiYV3FvffSET9Ez6-OSA
3. 농사직방님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EB%86%8D%EC%82%AC%EC%A7%81%EB%B0%A9/featured
4. 와썹맨 채널 : https://www.youtube.com/c/WassupMan/featured
5. 워크맨 채널 : https://www.youtube.com/c/workman
6. 네고왕 채널 : https://www.youtube.com/c/dalla/featured
7. 5분순삭 채널 : https://www.youtube.com/c/%EC%98%A4%EB%B6%84%EC%88%9C%EC%82%AD5minstealer
8. 김소형 채널H 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EA%B9%80%EC%86%8C%ED%98%95%EC%B1%84%EB%84%90H
9. [윤이련]50년 요리비결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EC%9C%A4%EC%9D%B4%EB%A0%A850%EB%85%84%EC%9A%94%EB%A6%AC%EB%B9%84%EA%B2%B0
10. 힐링여행자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HpGooMnVgnILywqrpqvZcQ/featured
11. 빙그레컴퍼니 채널과 인스타 : https://www.youtube.com/c/binggrae
https://www.instagram.com/binggraekorea/?hl=ko
12. 피식대학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ED%94%BC%EC%8B%9D%EB%8C%80%ED%95%99PsickUniv/featured
13. 빵송국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EB%B9%B5%EC%86%A1%EA%B5%AD/featured
14. 날계란님 채널(피지컬갤러리 서브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gD0APk2x9uBlLM0UsmhQjw
15. 진용진님의 머니게임 링크 : https://www.youtube.com/c/%EC%A7%84%EC%9A%A9%EC%A7%84/featured
16. 이과장님의 '좋좋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Eo6Es1Hx3s4&list=PL_OIehNcWkf2Ke1g77DwROk-0I9vDmt7J
17. 정찬성 선수님의 '파이트클럽 및 좀비트립'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teW4t31VMMA&list=PLHsvc5sGb6BzPkdk_y-gYXf0h5l9vRyw0
https://www.youtube.com/watch?v=9CKzE5ASeok&list=PLHsvc5sGb6Byc-m_3EO_7C8_oAKrAkwOo
18. 무채색필름님의 '블랙컴뱃'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kBr54px10dU&list=PL2nmb04FHLkgReO78MxroD9Iz3LJjfAoK
19. MVM의 '데쓰 아일랜드' 링크 : https://youtu.be/Gx9EGE87rGE?list=PLXywU6l90LjdEc6Hr19LeP3KnWCbpqCbK
20. 1분요리 뚝딱이형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1%EB%B6%84%EC%9A%94%EB%A6%AC%EB%9A%9D%EB%94%B1%EC%9D%B4%ED%98%95
21. 레블 ReBL ASMR님 채널 : https://www.youtube.com/channel/UCByOmlMJ_ds9N-pLR_7Yt2Q
22. 지코님 틱톡 채널 : https://www.tiktok.com/@kozico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