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크리에이터 분들이 제게 묻습니다.
“혼자 하기 지치는데, MCN에 들어갈까요? 말까요?”
만약 채널 규모가 만약 채널 규모가 크고, 메일로 들어오는 광고 양이 감당 안 되면 MCN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 외엔 잘 고민해 보라고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일단 MCN의 가장 큰 수익 모델은 광고입니다. 즉, 혼자서 들어오는 광고를 감당 못하는 사람에겐 너무 좋은 기회입니다. MCN에서 광고 계약서도 써주고, 광고주의 USP도 받아서 잘 설명해 주고, 채널 보호하면서 광고 실행을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 본인은 영상만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분들에겐 크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MCN의 큰 역할은 3개입니다. 비즈니스(광고), 채널 매니지먼트,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확대입니다.
채널 매니지먼트란 해당 채널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죠. 예를 들면, 영상을 올렸을 때, 해당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겁니다. 피드백은 영상을 다 뜯어고치라는 것이 아닌 참고 자료 정도로만 주는 것이죠. 왜냐하면 해당 유튜브 채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전문가인 사람은 담당자가 아니고 크리에이터 본인이니까요. 그리고 요새 유튜브에서 뜨는 영상이 뭔지도 알려줘야겠죠. 대중적으로 뜨는 것과 크리에이터가 속한 카테고리에서 뜨는 영상들을요. 혹은 해당 채널이 다른 채널들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잘 성장했는지 알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밖에 악플러로 깨진 멘탈을 잡아주거나, 유튜브 채널에 이슈 생겼을 때 도움을 주는 역할들을 할 수 있겠죠. 다만 구글과의 핫라인이 없으면 쉽지 않지만요.
이와 같은 케어를 해주는 명목으로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 수익을 나눕니다. 하지만 요즘 MCN들의 파트너십 계약에선 유튜브 조회수 수익 분배가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이 말인즉슨, 크리에이터 분들이 제대로 된 채널 매니지먼트를 못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수수료에 대한 컴플레인들이 생겨났고, 결국 수수료 분배가 사라졌다는 반증 아닐까요.
사실 현재의 MCN 시장에서는 이러한 채널 매니지먼트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 같습니다. 일단 MCN 회사의 직원에 비해, 크리에이터 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MCN 회사의 직원이 50명이고, 크리에이터 수가 300팀이라면 1:1 케어가 가능할까요? 더군다나 회사 직원 50명 중 실무진은 30~40명 밖에 없을 겁니다.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대표와 본부장, 국장, 팀장들이 있겠죠. 그리고 실무자 중엔 광고 영업하는 분들도 있고, 다른 비즈니스(커머스, 오프라인)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실적 관리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러니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1:1로 전문적인 피드백을 줄 담당자분들이 얼마 없는 겁니다. 더군다나 계약금을 주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면, 계약금을 리쿱해야하니 이분들 위주로 매니지먼트가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크리에이터 분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왔죠.
“MCN 들어가면 돈 되는 사람만 신경 써준다.”
세 번째 MCN의 역할로는 크리에이터 분들의 네트워크 확보입니다. 크리에이터 분들은 보통 집이나 개인 스튜디오에서 혼자 편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다른 크리에이터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잘 없죠. 다른 크리에이터 분들을 만나 요샌 어떤 영상이 뜨는지, 비즈니스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혹시 자신과 콜라보 할 생각은 있는지, 또 다른 사람을 건너 건너 소개해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볼 방법이 없는 겁니다. 혼자 하니까요.
MCN이라면 파트너십 크리에이터 분들끼리 연결시켜줘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MCN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죠. 하지만 오프라인 행사는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300-400명을 모아놓고 행사한다면, 새로운 인맥을 쌓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행사 자리를 가면, 이미 친해진 사람들끼리 뭉쳐서 앉아있습니다. 인맥이 없는 사람들만 맨 뒷줄에 가 앉아있죠. 인원수가 많다 보니, 몸으로 하는 활동적인 행사보단 앉아서 유명 인사의 강의나 듣는 정적인 행사가 되어버립니다. 그게 현장 통제가 쉬우니까요.
차라리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행사를 한다면 몇십 명 단위의 소규모에 몸을 쓰는 행사를 개최하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면 물놀이나 운동이죠. TV 예능에서도 보면 몸을 쓰면 쓸수록 처음 보는 출연진들끼리 금방 친해집니다. 크리에이터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보는 사이, 그들끼리의 인연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몸을 쓰게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금방 친해져요. 아는 사람들끼리, 뭉치지 못하게 팀도 최대한 모르는 사람끼리 배정해 주고요. 메가급 크리에이터들의 피를 빨지 못하게 영상 촬영도 금지시켜주시고요. 모두가 편한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죠.
사실 MCN이 위의 2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MCN에 들어가시지 말라는 말씀과 같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트위치’와 ‘틱톡’이라는 플랫폼이 이 정도 인기 있을 줄, 2018년엔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고, 거기에서 활동하시는 새로운 인플루언서 분들이 나올 겁니다. 유튜브에서도 대중적인 주제를 하시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먼저 나오셨고, 지엽적인 주제를 하시는 분들이 나온 것처럼요.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인플루언서는 점점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이들과 같이 사업을 하는 MCN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크리에이터 분들을 서포트를 하는 직업은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그 외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