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튜브 Oct 04. 2022

크리에이터 커머스, 해도 될까요? 아니요. 하지 마세요

  크리에이터 분들이 커머스를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게 물으면 이렇게 말합니다.
 "하시는 카테고리가 제품 위주의 카테고리이고, 본인의 신뢰도가 높다면 하시고요. 아니면 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크리에이터 분이 커머스 하나 잘못하다간, 골로 가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X-cart

  일단 크리에이터가 커머스를 하면, 본인 채널을 걸고 하는 겁니다. 제품의 기획이나 생산 과정, 혹은 판매를 유튜브 채널에서 공지 때리죠. 그래야 마케팅이 되니까요. 시청자와 구독자들은 크리에이터 채널을 보고 물건을 사고, 물건의 배송과 cs는 업체에서 합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커머스 상품이 생각보다 품질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설명과 다르다면 어디에 컴플레인을 할까요?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에 합니다. 그 순간 채널이 터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출처 : 코스인코리아 '징동과 타오바오 결과 발표'

  한국의 커머스는 중국 왕홍(网红) 경제의 커머스를 따라 한 것입니다. 21년 광군제 매출이 5,403억 위안(99.9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언제까지 광고만 받고 할 수 없으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커머스 상품을 제작하는 것이죠. '돈 벌려면 광고보단 물건을 팔아야 돼'라는 말처럼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한국 크리에이터 커머스는 중국 왕홍 커머스를 그대로 따라 하다가 이도 저도 안 된 느낌입니다. 중국에서 커머스가 성공한 이유를 알아볼까요?

출처 : HKUST IEMS

  일단 중국은 인건비가 무지하게 쌉니다. 제가 중국에 2017~2018년에 있었는데, 배달비가 1-2위안(180-360)이라, 커피도 1 시켜 먹었습니다. 당연히 제조비, 물류 검수  관리비, 배송비  모든 차원에서 한국보다 싸겠죠. 한국은 인건비가 얼마예요. 정말 비싸죠.

출처 : SBS

   또한 왕홍 경제 이전에 중국은 가짜가 정말 많았어요. 가짜가 워낙 많으니, 한국에서 화장품을 와서 사다가 중국에 파는 보부상들이 돈을 많이 벌었죠. 왕홍은 중국 보부상들과 같아요. 왕홍들이 신뢰도를 기반으로 물건을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출처 : Cosmetics China

  결정적으로 중국은 물건 구매 환경이 한국과 달라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은 카카오톡이죠?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은 타오바오입니다. 몇 년 전 통계를 봤을 때 93% 정도가 타오바오를 쓴다고 했습니다. 카톡은 메신저 플랫폼이지만, 타오바오는 물건 구매 및 판매 플랫폼이에요. 그것을 모두가 다 쓰고 있으니, 한국에 비해 물건의 판매와 구매가 훨씬 용이했죠. 여기에 왕홍들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에 있을 때 타오바오를 키면, 한쪽 면엔 무조건 왕홍 혹은 일반인 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농장에서 무말랭이를 라이브 커머스로 파는 할머니에게 무말랭이를 구매했습니다.

출처 : HI-COM

  중국은 QR 결제가 201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되었습니다. 중국 거지가 QR로 구걸하는 사진은 워낙 유명하죠. 그냥 클릭 한 번이면 구매가 됩니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 자체가 이미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출처 : 해커스 중국어 블로그


  마지막으로 중국은 땅덩어리가 엄청나게 큽니다. 땅덩어리가 작은 한국에서도 전라도와 경상도가 약간의 지역감정이 있는 경우를 본 적 있을 거예요. 중국은 그게 더 심해요. 1선 도시, 2선 도시, 3선 도시 이런 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1선 도시는 1선 도시의 왕흥을 더 밀어줍니다. 2선 도시는 2선 도시 왕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줍니다. 지연(地緣)이 한국보다 강한 것이에요.


  즉, 중국은 물건의 판매 및 구매 환경이 한국이랑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왕홍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전에 가짜 상품도 많았었고, 물건을 제조 및 판매 배송하는데 인건비도 훨씬 쌌고요. 물건을 이용하는 플랫폼은 국민 플랫폼이고, 손가락 쓱 한번 누르면 구매가 이뤄졌죠. 더군다나 같은 지역 출신 물건이라면, 더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죠.

출처 : 스토어팜 '무선 충전기' 검색

   반면 한국은요?
   첫번째로 물건을 잘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워낙 많아요. 즉, 모든 제품 카테고리에서 웬만하면 '가성비 상품'으로 알려진 중소기업 제품들이 다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크리에이터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몇 년 동안 연구 개발해서 판매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기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크리에이터의 이름값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죠. 배송과 CS, 이미 해당 중소기업들은 모두 체계화됐어요.


  또한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올리는 광고 수익과 커머스 수익을 비교할 때, 담당자의 공수가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광고는 2주~4주면 1개 큰 어려움 없이 실행할 수 있어요. 2주~4주 동안 한 개만 아니고, 담당자가 여러 개 광고를 동시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광고 1개당 천몇천 단위의 수익을 올리죠.


   하지만 커머스는요? 한 명의 담당자가 제품에 대해 여러 기획을 하고, 테스트 물건 떼오고, 디자인 만들고 피드백 받고, 그걸로 크리에이터 커머스 상품 만들고, 만들면 제품 검수해야 되고, 배송도 외주 맡겨야 되고, CS도 해야 하고. 공수가 너무 많이 듭니다. 그러니 크리에이터 상품이 대박 터지지 않는 인상, 인건비에서 마이너스 칠 수밖에 없습니다. 제조 및 판매, 배송, CS에 드는 인건비 감당 안 됩니다.


  결정적으로 커머스는 제품 기반 카테고리에서 신뢰도가 높은 크리에이터만 해야 됩니다. 제품 기반이란 IT나 뷰티 등, 리뷰 위주로 흘러가는 카테고리를 말하고요. 신뢰도가 있는 크리에이터란, 해당 카테고리에서 재미 위주의 영상을 만든 크리에이터가 아닌, ‘진짜 전문가 수준의 정보로 영상을 만들어서, 신뢰도가 매우 높은 크리에이터들’을 뜻합니다.

출처 : WallstretMojo

  또한 그동안 유튜브 광고 캠페인 쭉 했을 때 느낀 점은, 유튜브 광고를 하면 '구매 전환'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광고 목적은 '브랜드 인지도 확보'가 가장 큽니다. 생각해 보세요. 크리에이터의 커머스 상품 말고, 크리에이터가 광고를 하는 물건을 사신 분이 주변에 많으신가요? 별로 없으실 겁니다. 사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커머스 관련 영상을 올리는 것은 숫자적으로 손해입니다. 광고를 하면 광고 영상 1개만 올리면 될 것을, 본인 굿즈의 기획-판매-유통까지 총 2~3개의 돈 냄새 나는 영상을 올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저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팬덤 경제 아니냐? 그러니 크리에이터 기반 팬덤 장사를 해야하지 않냐?”

팬덤 경제, 맞는 말이죠.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물건의 질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팬덤은 연예인 팬덤보다 충성도가 약하고, 셀러의 팬덤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출처 : 아이돌차트 네이버 포스트

  크리에이터 팬덤과 연예인 팬덤을 비교해 볼까요. 연예인 팬덤은 흔히들 말하는 '덕질' 팬덤입니다. 크리에이터에겐 '덕질 팬덤'이란 없습니다. 그냥 시간 남을 때,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즐기는 정도의 팬덤입니다. 하지만 연예인은 사생팬이 있을 만큼, 팬덤이 엄청나게 강합니다. 그들의 공식 굿즈도 불티나게 팔리고. 심지어 팬들 중에선 비공식 굿즈를 자체 제작해서 팬들에게 파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죠. 그리고 연예인 굿즈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굿즈 업체에서 만들기 때문에 퀄리티가 남다릅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와는 팬덤의 팬심과, 물건의 퀄리티부터 다릅니다.

출처 : 김씨네 과일가게 인스타그램(waaaavyyy)

   그리고 요샌 셀러들도 팬덤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2년 여름, 티셔츠 업계에서 가장 핫한 셀러는 '김씨네 과일 티셔츠'라는 셀러입니다. 티셔츠에 과일을 이미지를 새겨 넣어 파는 분인데, 장사하시는 법이 아주 특이합니다. 과일 바구니에, 과일 셔츠를 접어서, 과일 가게처럼 팔죠. 과일 상자로 티셔츠의 가격을 적고, 다마스와 같은 차를 타고 전국 곳곳으로 출장 판매가 이루어집니다. 인스타에 판매 장소를 미리 공지를 하죠. 결국 ‘김씨네 과일 티셔츠’는 MZ 세대에게 힙한 것이 되었고, 결국 김씨네 과일점의 팬덤으로 이루어졌어요. 덕분에 김씨네 과일점은 올드 카나, 맘스터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퍼져갔고, CJ 오쇼핑과 같은 업체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네 과일 티셔츠는, 취향 기반의 영상 제작자에게 팬덤이 붙은 것이 아닌. 물건을 파는 셀러 자체에게 팬덤이 붙은 것입니다. 셀러의 팬덤과 크리에이터 팬덤의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크리에이터 커머스는 중국의 왕흥 경제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다가, 가랑이만 찢어진 셈입니다. 그래도 만약 커머스를 하고 싶은 크리에이터가 있으시면, 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달력이나 엽서 같은 굿즈를 하세요. 달력이나 엽서는 이미지만 박으면 돼서 공수가 별로 안 들고요. 가격대도 대부분 오천원~만원 정도 착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팬분들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고, 친구들에게 부담 없이 선물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쉽지 않은 이유, 정리하겠습니다.
 1. 중국에 비해 물건의 제조 판매 배송 CS에 대한,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고, 환경적 요인(타오바오/QR 결제)가 다르다.
 2. 유튜브는 구매 전환보다 브랜드 인지도 확보에 맞는 플랫폼이다.
 3. 아무리 잘 만들어도, 중소기업의 메인 가성비 제품을 이기긴 쉽지 않다.
 4. 본인이 하고 있는 카테고리가 제품 위주의 카테고리에다가, 그 속에서 신뢰도가 엄청나게 높아야 한다.
 5. 크리에이터 팬덤은 연예인 팬덤에 비해 충성도가 약하고, 셀러 팬덤과 본질적으로 다른 팬덤이다.
 

  크리에이터 커머스,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커머스 잘못하면, 짱짱한 채널이 한순간에 골로 갑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02577












※ 이미지 출처 및 참고 자료

1. XCART. <How to set up a youtube channel for your ecommerce business to make it blossom>. 2018.11.12. https://www.x-cart.com/blog/how-to-create-youtube-channel.html

2. 코스인코리아. <중국 광군제 사상 최대 매출 기록, 성장세 꺾이며 겨우 '체면치레'>. 2011.11.12.

https://cosinkorea.com/mobile/article.html?no=41506

3. HKUST IEMS. <Can Chines Manufacturing Firms COpe with Rising Labor Costs>

https://iems.ust.hk/publications/thought-leadership-briefs/can-chinese-manufacturing-firms-cope-with-rising-labor-costs-albert-park

4. SBS. <The market for fake products from china>. 2013.7

https://www.sbs.com.au/guide/video/37511747995/The-market-for-fake-products-from-China

5. Cosmetics China. <Top 10 Live-Streaming Apps for Beatuy Brands in China>.

https://cosmeticschinaagency.com/top10-live-streaming-apps-promote-luxury-brands-china/

6. HI-COM. <Taoboa English shopping guide: update 2019>

https://www.hicom-asia.com/taobao-shopping-guide-in-english/

7. 해커스 공식 블로그. <중국의 1선 도시에 대해서 알아보자> 2020.8.9.

 https://m.blog.naver.com/hacchina/222053936219


8. WallStreetMojo. <Brand Awareness - Definition, Examples, How it Measure?>.

https://www.wallstreetmojo.com/brand-awareness/

9. 아이돌차트. <팬들의 자체제작 굿즈>. 2018.7.30.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16401960&memberNo=41466377

10. 김도영(티셔츠 만드는 사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waaaavyyy/

이전 25화 유튜브의 ‘유료 광고 포함’, 이렇게 하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