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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파워 오브 도그

누가 과연 더 악에 해당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

by 다큐와 삶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같은 책이나 풍경을 보아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 달라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에서는 필과 피터만이 산등성이의 그림자를 보면서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들처럼, 이 영화 역시 보는 관점에 따라 이것저것이 달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제인 캠피온 감독은 조금 정적이고 주변 환경을 보여주며, 암시와 생략을 통해 자기 뜻을 반영했다. 수많은 상징과 생략과 인물들 간에 신경전이 잘 나타나 있다.


극 중 필 역인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무척 좋았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들의 연기가 출중했다. 내면에서 갈등이 벌어지는 데,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기 위해 억압된 연기 톤이 일정했다.


필은 자기 동생의 부인이 된 로즈를 내적으로 억압한다. 그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인 로즈를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그리고 괴롭힘으로 인해 로즈는 알코올(술)에 빠지게 된다.


피터는 자신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서 피터가 한 일은 누가 더 악한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필을 죽였으므로 살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필이 사람들을 괴롭힌 것은 맞다. 그러나 그가 죽어야 하는지는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피터의 계산된 행동으로 그는 죽고 만다. 과연 누가, 더 나쁘고 지독한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혼을 한 조지가 로즈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의 장면이 인상 깊었다. 사람들의 긴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동생 조지가 눈물을 흘린 부분에서는 많은 공감이 갔다. 서부 영화 특유의 건조하고 외로운 부분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필의 외로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과연 브롱코 헨리에 대한 이상향 등은 필에게 도움이 되었던 걸까? 오히려 억누르는 자아 때문에 더욱더 예민하고 억압받는 필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생략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필의 과거. 공부를 하며 그가 겪었던 그 무엇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 있다. 그리고 이상향인 브롱코 헨리는 필과 무슨 사이였을까?


또한 로즈와 피터가 친아빠와 함께 지내던 때에 알코올 홀릭이었던 아빠가 그들을 괴롭혔을까? 결말의 행동으로 보아, 피터는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어렴풋이 생각남에도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짐작만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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