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이 길고 특이해서 언젠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영화 구성이 프롤로그, 12 챕터, 에필로그의 형식으로 구성이 특이한 편인데, 몰입감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니. 적어도 상대방에게 최악이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 주인공 율리에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최악이 되는 순간들은 있었다.
율리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의대에 들어갔지만, 흥미를 잃고 정신 상담가가 되기 위해 전과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제대로 된 영감을 받진 못한 듯,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 카메라와 장비를 사서 활동한다. 그러고는 생계를 위해서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러던 중, 만화 작가 악셀을 만나 사랑에 빠져 동거를 시작하지만, 가족을 이루려는 악셀의 생각과 부딪히면서 관계는 삐그덕 댄다. 결국 에이빈트라는 사람을 어느 모르는 파티장에서 만나서 결국 악셀과 헤어지고 에이빈트와 다시 동거한다. 그러나 결국 에이빈트와도 관계를 정리하고 사진작가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율리에는 권태롭고 치기 어린 시절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깊게 가지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것을 해보자, 식의 여성에 가까운데, 그래서인지 인생이 좌충우돌이다.
내가 집중되던 장면들은 3가지 정도가 있었다.
1. bad timing 챕터에서 모든 사물과 사람이 멈춘 상태에서 율리에가 에이빈트에게 달려가 만 하루를 같이 보내는 장면이었다. 율리에가 달려가는 순간부터 에이빈트와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영화여서 가능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율리에가 악셀과 가정을 이루려고 할 때와 에이빈트와 같이 지내며 예기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의 고뇌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 무게감에 대해 율리에가 느꼈을 감정이 나중에 자연유산으로 해소될 때는 그녀가 그것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후련해진 표정을 지은 것이라고 느껴졌다.
3. 당연하지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율리에의 관계 형성 방법이 눈에 띄었다.
영화를 다 본 후, 김혜리의 필름클럽 팟캐스트를 찾아서 들었는데, 남자 감독의 여자에 대한 관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새롭게 느껴졌지만 맞다고도 생각이 되었다. 율리에가 심술이 난 사람처럼 사람들과 어울린다든지, 버섯에 취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역시 남자 감독이 가진 맞지 않는 관점 때문이라는 필름클럽 MC들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러나 율리에가 아버지에 대한 화와 분노가 있는 것은 맞다고 생각된다.
미묘한 감정선을 잘 두드리게 만든 음악도 좋게 느껴졌고, 결국 돌고 돌아 사진작가 일을 하는 율리에가 대견스럽게 느껴졌지만, 북유럽과 우리나라의 삶의 방식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느껴졌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진로를 선택한 후, 방향을 돌리기 너무 어려운데, 북유럽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제목의 반향처럼, 한 번쯤 내가 누군가에게 최악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영화를 본 후, 금쪽이 율리에가 마냥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녀가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잘 아는 것처럼, 그래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작가와 잘 맞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