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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충만하게 행복했던 오후 [9/365]

2023년 12월 9일 23:23

오늘의 아들은 아침부터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종일 까르륵까르륵 해맑게 웃고, 자전거에서, 아빠 품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든 척 장난을 쳤다. 길가 상점에서 흔하게 틀어대는 음악소리에도 고개를 까딱까딱 리듬을 맞췄다.


오전에 한 바탕 놀고, 한숨 자고 일어나 우리 셋은 차를 타고 한 쇼핑몰로 향했다. 좁은 차 안에서 셋이 동요를 크게 부르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한 바탕 요란을 떨 때, 나는 행복했다.


별 것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 어른 둘이, 별 것 아닌 일에도 는 기뻐하는 아들을 만나 날마다 수십 번씩 기쁨을 맛본다. 요즘 많이 힘들지만, 요즘처럼 단 하루도 빠짐없이 와하하 웃고, 사랑한단 말을 입에 달고 산 날은 과거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요즘의 그 힘듦이라는 게 얼마나 헐한 값인가 싶기도 하다.


오래도록 건강해라. 오래도록 무탈해라. 그래서 오래도록 이 날들을 같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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