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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큐멘투니스트 Dec 13. 2021

(소설) 꼬뮤니까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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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말 놓을게! 그런데 왜 사람들이 오빠를 175라고 불러?”

강의실을 나선 짱구와 초록눈은 근처 맥줏집으로 갔다. 오후 3시를 넘기고도 더위는 꺾이지 않았다. 시커먼 맥주를 홀짝이며 서로를 탐색했다. 궁금한 것이 더 많은 초록눈이 이것저것 캐물었다.


“키? 키도 175보단 커 보이는데 설마 IQ?”


“내 이름이 한칠오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175지!”


“뭐? 재미있다!”


“그럼, 넌 왜 나오미 야? 나. 오. 미? 과자 이름같이.”


“몰라! 어떤 멍청한 프랑스인이 붙인 이름이야!”


“남자 친구는?”


“묻지 마!”


“있구나!”

칠오가 나오미 보다 2살 많았지만, 일 파인트 흑맥주 두 잔으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둘의 만남은 이성을 향한 끌림이 아니었다. 자신의 외모를 아는 칠오는 이성에 대한 기대를 진작에 접었다. 나오미 또한 눈치 없는 선배 하나가 집적대는 것을 받아주고는 있었지만 남자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프로그램 개발로 용돈까지 버는 칠오 능력을 어디에 써먹을까 궁리했고, 칠오는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재벌, 나오미 외조부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나오미 외조부 역시 칠오가 가진 재능을 높이 샀다. 무엇보다 하나뿐인 손녀를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학생 신분이었지만 기꺼이 이들을 후원하기로 했다. 얼마 후 나오미와 칠오는 외조부 지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자신들 회사를 ‘드림캐리어’라 이름 지었다.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 DC-005 ESP Painter, 일명 퍼펙트 드로잉 헬멧이었다. 매출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흥미로운 부가 수익까지 얻었다. 퍼펙트 드로잉 헬멧을 사용한 아이들이 차분해진다는 것! 그 현상에 착안한 이들은 의료사업부를 신설하고 의료용 칩을 개발했다. 인간 내면의 고통을 다독여줄 쌀알 크기의 놀라운 칩! 덩달아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퍼펙트 드로잉 헬멧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후속으로 속칭, 소통 헬멧을 기획했다. 헬멧을 쓴 두 사람이 생각을 공유한다는 발상이었다. 나오미와 칠오는 텔레파시라는 초능력을 과학기술로 구현하려 했다. 소통 헬멧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을 만큼 의료용 칩이 잘 팔렸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흘렀다.


정권이 바뀌고 다시 몇 년이 지난 후, 드림캐리어는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칩 2’를 출시했다. 그때까지 개발 중이던 소통 헬멧 또한 완성을 눈앞으로 두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날, 칩 2의 최초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었다. 곧바로 제2, 제3의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고 피해자들이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가 심상치 않았다. 정부까지 나섰다. 좋지 않은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드림캐리어가 극비리에 개발해오던 소통 헬멧 프로그램이 누군가에 의해 해킹으로 유출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한참 전에 유출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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