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큐멘투니스트 Dec 31. 2021

(소설) 꼬뮤니까시옹

15

15


골목길 2층 카페 인질 사건이 종결되었다. 경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질범은 또 다른 드림캐리어社 연구원이었다. 목격자들이 하나같이 그가 횡설수설했다고 증언했다. 머릿속에 타버린 칩 2가 박혀있었다. 칩 2가 관련된 사건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 동희는 칠오에게 전화해 해당 연구원에 관해 물었다.


“몇 년 전 백신 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충원한 연구원 중 한 명이예요. 초창기부터 있던 사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해요. 저희 내부도 지금 굉장히 어수선해요.”

칠오 대답은 그 정도였다. 별 다른 정보는 얻지 못했다.

 

정부로서도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었다. 칩 2 관련 사건 대책 위원회를 꾸렸다. 칩 2 수거 및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즈음 동희는 10월호 심층취재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인터뷰 직후 드림캐리어社가 보내준 보도 자료와 회사 소개자료를 바탕으로 칠오 이야기가 곁들여졌다. 칩 2가 특정 프로그램과 결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언급했다. 소통 헬멧 프로그램이 유출되었다느니, 정부가 관련되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뺐다. 불확실한 정보라는 편집장 의견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9월 말, 정부는 칩 2 전면사용금지를 발표했다. 드림캐리어社도 칩 2 수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칩 2 사용자들 대부분이 위험한 칩 2 대신 초기 칩으로 대체 시술받았다. 일부는 부작용 위험에도 칩 2를 고수하려 했다. 마감시간을 하루 넘기고 밤늦은 시간, 동희 심층취재를 담은 라이프저니 10월호 원고가 인쇄소로 넘어갔다.

라이프저니 10월호 출간 직후 큰 반향은 없었다. 워낙 알려지지 않은 잡지라 많은 사람들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 부수가 늘어났다. 덩달아 동희 기사를 구심점으로 증명되지 않은 억측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월 말쯤엔 판매 부수가 평소 9배를 넘겼고, 같은 시기 인터넷 판 기사는 접속폭주로 서버가 몇 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동희가 작성한 기사는 11월에도 야권 차기 대선후보 기자회견으로 재조명받았다. 한동안 후보 이름, 드림캐리어, 칩 2, 라이프저니, 정동희 기자, 음모론 등의 단어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정부가 칩 2 전면 사용금지를 공포했음에도 여론은 심상치 않았다. 정부로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근거 없는 루머 유포를 사회분열 의도로 파악했다.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체 행위를 엄중이 다스릴 것을 경고했다.


나오미가 대인기피증을 무릅쓰고 2대 8을 만난 일은 무의미해졌다. 드림캐리어社 변호인단과 정부 관계자들은 칩 2 피해보상 문제로 몇 차례 자리를 함께 했다. 나오미는 초반, 두 번 참석했지만 그때마다 2대 8이 피워대는 담배냄새에 질색했다.


국민들 머릿속에선 음모론이 자라고 있었다. 야권 대선후보는 자신감을 얻었다. 사무실 선배들은 막내 기자에게 질투와 시기심을 느꼈다. 이상이 동희 심층취재가 불러온 파장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 꼬뮤니까시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