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큐멘투니스트 Nov 20. 2021

(소설) 꼬뮤니까시옹

1

1

 

현재

 

뉴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나운서 뒤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사내는 아나운서 뒤에서 얼굴만 앞으밀고 소리 질렀다.

“여러분 머릿속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감시당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곧바로 많은 사람이 화면에 등장했다. 도청장치 운운한 사내를 화면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다. 바로 그때, 도청장치 사내 머리가 흔들리고 얼굴의 구멍이라 불리는 모든 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뒤따라 빨간 피까지 흘러나왔다. 허연 연기 속에서 사지가 늘어지고 얼굴 반쪽이 피로 물든 사내 흰자위가 보였다. 이 모든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1988년 8월 4일 밤 9시, MBC 뉴스데스크 보도 때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이 사내는 그때 그 사내가 아니고 이 아나운서 또한 그때 그 아나운서가 아니다. 그리고 MBC가 아니라 K社였다. 하지만 이번 난동 사건에서 사내가 사용한 말과 행동이 원조 사건의 ‘오마주’라 할 만큼 유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내가 화면 밖으로 끌려나가면서 끝난 원조와 달리 사내 끔찍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30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일어난 유사한 방송사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생방송 도중 어떻게 외부인이 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점보다 머릿속 도청장치란 단어가 시청자기억 속에서는 오래 남을 것이다. 부릅뜬 흰 눈과 함께.

작가의 이전글 (소설) 꼬뮤니까시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