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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큐멘투니스트 Nov 26. 2021

(소설) 꼬뮤니까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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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후!”

민정비서관의 2대 8 가르마가 거슬렸다. 벌서 두 개비째였다.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정말 거슬렸다. 2대 8 옆에는 그가 데리고 온 청와대 별정직 공무원이 있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수줍은 듯 고개를 아래도 떨궜다. 귀여운 강아지 같은 그는 거슬리지 않았다.


대학로 어느 허름한 2층 다방. 구석 창가 쪽에 2대 8과 별정직이 앉았고 그 앞에 드림캐리어 대표와 비서가 앉아있었다. 그 다방에는 이들 외에도 60대 중반 노인 몇이 있었다. 이 노인들은 50대 초반 다방 여주인 낯빛을 살피며 시와 문학을 이야기했다. 전날 밤을 설친 탓에 여주인은 가끔 하품을 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저희 사무실로 모셔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곳에선 담배도 마음껏 못 피고, 아무튼 죄송합니다. 허허허”

전혀 죄송해 보이지 않는 2대 8이 두 개비째 담배의 4번째 연기를 내뿜었다. 크고 통통한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얇은 담배가 츄파춥스 막대 같았다. 자줏빛과 검은색이 감도는 도톰한 입술이 담배를 감쌀 때 한쪽 눈을 찡그렸다. 연기가 그의 눈을 찔러댔다. 2대 8은 열린 창문 틈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나름 상대를 배려한 행동이었다. 담배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오미를 배려했다면 애당초 담배 따위는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한때 누구보다 담배 맛을 잘 알던 나오미였지만 한때일 뿐이다. 그나마 2대 8 말투에는 예의라는 것이 묻어 있었다.


담배, 다방, 공무원, 질책, 최근 심해진 대인기피증까지. 명색이 회사 대표였지만 나오미는 사람 만나는 것이 싫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더군다나 자신들이 만든 제품 때문에 질책받는 자리라 더욱 그랬다. 2대 8이 마음껏 핀 담배를 눌러 껐다.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이번이 몇 번째죠?”

2대 8이 담배연기 대신 한숨을 내뿜으며 말했다.


“대통령님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귀사의 제품이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통령님께선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신기술을 적극 유치, 지원하시고자 합니다. 귀사의 제품이 처음 논란을 불러왔을 때도 신중하셨죠. 그것이 정말 새로운 칩의 문제인가를 먼저 파악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문제가 더 발생했지만 기술 발전의 불가피한 과정 정도로 여기셨습니다. 하지만 점점 사건의 양상이 우려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그 무엇보다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십니다. 비록 이전 정부에서 칩을 승인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물의가 계속된다면, 이 정부의 담당 공무원으로서, 칩에 대한 일시 중지를 넘어 전면 승인 취소 요청을 건의 드릴 각오도 돼있습니다. 아! 물론 드림캐리어사 대표님께서 누구보다 당황스러우시리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아무튼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장황한 문장을 늘어놓던 2대 8이 나오미 표정을 보고 입을 닫았다. 40대 별정직은 자신의 잘못인 양 어쩔 줄 몰라했다. 나오미는 고개를 내리고 할 수 있는 말이 무언지 생각했다. 하고 싶은 말 없었다. 굳어버린 대표를 대신해 비서가 나섰다. 덩치 큰 그녀가 입을 열자 두 공무원 시선이 그녀에게로 옮겨갔다.

 

“대표님, 대표님!”

얼마가 지났을까, 2대 8이 부르는 소리에 나오미가 막 잠 깬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비서실장께서 하신 말씀대로 해 주셔야 합니다.”

어리둥절해하는 나오미에게 비서는 쥐고 있던 수첩을 가리켰다. 수첩에는 이 만남을 위한 대책이 적혀있었다. 나오미는 두 공무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2대 8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할 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콧바람을 한번 내쉬고 담배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2대 8이 일어서자 귀여운 별정직이 얼른 카운터 쪽으로 달려갔다. 다 끝났다는 표정으로 다방 여주인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나오미와 비서는 2대 8과 별정직이 다방 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서 있었다. 그들을 보고 있던 노인들이 수군거렸다. 곧 노인들은 일어선 두 여인에게 가 있던 시선을 그들에게 다가오는 여주인 쪽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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