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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도댕 Jan 22. 2023

고작 30만 원짜리 식탁이 뭐라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엄마에게

20년 만에 우리 집은 식탁을 새로 샀다.


"식탁만 봐도 기분이 좋아. 30만 원도 안 하는데 이런 걸 왜 진즉에 안 샀을까."라는 엄마의 말.


그러니깐 말이에요. 30만 원도 안 하는 식탁을 우리 집은 왜 상판이 다 갈라질 때까지 버리지 않고 낡아빠진 의자가 흔들거린단 사실을 잊어버릴 때까지 계속 쓴 걸까요.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엄마 아빠는 자기 자신에게 단 돈 만원 한 장 쓰는 것도 아까워한다. 평생을 쉬어본 적이 없으면서 뭘 그렇게 아까운 게 많은 지, 정작 자기 자신은 아끼지 않는 당신들에게 자주 화가 나곤 했다.


그래서일까, 밖에 나가면 나는 꽤 평범한 척을 했다. 백화점에서 브랜드 옷 한 번 사본 적 없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본 적 없는 우리 집에서 나는 가장 사치스러운 인간으로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집에서는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이 궁상맞은 집구석을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누리고 있는지 잘 알면서도 나는 자주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탐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던 나에게 그럼 해 봐,라는 말을 해주려고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내 꿈을 지켜왔는지 잘 알면서도.


30만 원짜리 식탁을 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엄마의 딸은 회사에서 매일 300만 원짜리 테이블을 판다. 30만 원짜리 식탁 하나 사주지 못했던 딸은 남자친구에게 70만 원짜리 생일선물을 한다.



아직도 주말에 약속을 나갈 때면 커피 값은 있냐며 2만 원을 쥐어주겠단 아빠와 자기 자신은 만 원짜리 옷 한 장도 고민하면서 몇 만 원짜리 딸 병원비를 내주려는 엄마를 곁에 둔 딸은 아빠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기만 했다. 머리로는 당연한 게 아닌 줄 알면서도 몸은 당연하게도 그 사랑을 받았다. 삼십 대가 된 딸이 용돈 5만 원만 드려도 힘들게 번 돈을 왜 주냐며, 아까워서 이 돈을 어떻게 쓰냐며, 우스갯소리로 코팅을 해야겠단 딸바보들에게 나는 조건부 사랑을 걸었다.


나는 언제쯤 마음이 아닌 말로,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당신들에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그저 무뚝뚝하고 표현 없는 당신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주 큰 착각이었어요. 딸이 감기라도 걸리면 안절부절못하는 엄마와 밤새 잠을 못 자면 무슨 고민 있냐며 팔다리를 주물러주는 아빠를 두고도 사랑에 인색한 건 나뿐이라는 사실을 몰랐어요.



밖에서는 누구보다 생글생글 웃는 내가, 사회생활쯤이야 가장 쉬운 내가, 정작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당신들은 내 옆모습만 보게 해서 내 뒷모습만 보게 해서 아주 많이 미안하다고. 철이 드는 속도가 더뎌서 아주 많이 미안하다고. 오늘은 꼭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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