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들리는 건 봄바람 때문일까요
흔들흔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앉아있던 고개가 나무의 탈춤에 흔들린다.
수천 가지의 팔을 위로 뻗어 추는 우아하고 가녀린 탈춤
잠시 지나가는 소용돌이에 휘감겨 중심을 잃다가도
이내 바람이 잡아당기는 가락에 맞춰 제가 추던 춤사위를 잊지 않는다.
분홍, 노랑, 하양, 연초록
바람이 흔들고 가는 건 나무만은 아닌가 보다.
사그라들듯 흔들리며 얼굴을 에워싸도 바람의 재촉에는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봄이 왔다 탄성 할 때
꽃들은 제 몸이 흩어질까 두려워 고개를 감싼다.
창 너머에서 바람의 소리가 느껴진다.
이제껏 몰랐다
바람에도 소리가 있다는 것을
꽉 눌러 버티고 서서 터질 듯 쏟아내는 사람이 아니라도
닿을 듯 스쳐가는 바람도 소리를 낸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들으려 귀를 열지 않아도
배꼽 안 쪽 숨어있는 고막이 이내 울려
솜털로 가득한 살갗만으로도 들을 수 있다.
바람의 소리, 너의 목소리
한들한들
여름이 오기 전, 마음속에 바람이 분다.
제 살 깊은 곳에 겨울의 숨결을 모두 숨겨버리고
여름의 가파른 숨결은 아직 채 영글지 못한
창 밖 너머 나무에 매달린 너, 바람.
다시 데워지지도 않는
완전히 식어버리지도 못한
그대와 나의 마음 같아
한 번 더 고개를 움직여본다.
흔들흔들
한들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