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님께서 운영하시는 유리멘탈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서평단을 모집하시길래 참여하게 되었다. 제목에 이끌려 신청하기도 했고 물론 표지가 귀여워서 끌린 것도 맞다. (춘배는 못 참지!)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생각이 많고 과민한 사람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고 부른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예민한 오감과 민감한 감수성이 매우 발달한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조롱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안팎으로 속 시끄러운 경우에 놓이기가 쉽다. 내부에서는 끝없는 자기 검열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완벽주의 성향까지 겹치니 스스로를 들들 볶는달까. 또한 비언어적 행동을 캐치하는데 선수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센서 더듬이가 타인을 향해 맞춰있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은 사라지고 타인을 위한 '나'를 만들어 거짓자아, 즉 페르소나에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이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런가 하면 이들에게 외부세계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타적인 성향의 정신적 과잉 활동인 들은 심리 조종자들에게 자존감을 깎이거나 이용당하는 등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한다. 상대의 인정욕구와 공허감을 이용하는 심리 조종자들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무리한 요구를 더해가는데 악의가 존재한다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은 상대를 탓하는 대신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일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 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부터 실존적 질문을 선호하는 성향까지 나는 책에서 말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가깝다. 그들의 특징인 넘겨짚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내가 종종 저지르는 실수다. 인간관계에서 거부와 유기라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의 취약점은 곧 강점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자극에 민감하고 남들보다 받아들이는 폭이 큰 감수성은 곧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강력하게 삶의 기쁨을 간직하고 누릴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고.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불완전한 나는 이미 그대로도 충분히 완벽하다. 나의 가치를 내가 알아주어야 한다. 나의 가치를 확신하는 순간부터 타인에게도 나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직관을 그리고 지각을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되 지금보다 조금 심플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고 마음먹는다. '그럴 수 있지' 정신, '아님 말고' 정신이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이다.
때로는 예민한 내가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면, 감정의 늪에서 자주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 한 번 권해본다. 보면서 내부 환기가 좀 된다. 타인을 향했던 레이더를 다시 내 쪽으로 돌려놓을 수가 있게 된다. 나를 중심으로 사는 삶을 되새기면서 마지막 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