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탈모임을 통해 굉장히 재밌는 책을 만났다. 정확히는 재미난 인물을 만났다는 게 옳다. 그 인물은 바로 쇼펜하우어! 한 권의 책을 통해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만나서 나눈 대화가 참 흥미로웠다.
우선 이 책이 좋았던 첫 번째 이유는 일단 철학서에 대한 내 편견을 깨 줬다는 점이다. 막연히 철학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부수고 편안하게 읽었다. 아포리즘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핵심만 딱 읽어낼 수 있어서 더 수월하게 읽은 듯하다. 그래... 장황했으면 지금쯤 동공이 풀려있었을지도.
그리고 책이 좋았던 두 번째 이유, 바로 쇼펜하우어라는 인물 자체다. 아니 이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염세주의다 혹은 회의주의다 하는데 내가 봤을 때 할아버지는 그냥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
말은 독하게 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뭐랄까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 예민함과 여린 성정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마 이 분이 지금 살아계셨으면 우리 유리방에 함께 해주셨을 수도 있겠어.
나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타인을 사귀는 기준 그리고 인생에 대한 태도까지. 읽으면서 쇼펜하우어의 성향이 나랑 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음.. 가끔 그렇게까지요...?라고 만류하면서 읽기도 했지만.
중간에 "나를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문장이 등장했을 때는 할아버지에게 동질감을 느끼다 못해 시대를 초월해서 뇌트워크한 기분이었다. 쇼펜하우어와 '너 곧 나'를 이뤘다니까 진짜.
쇼펜하우어도 독립적 성향이면서도 타인을 의식해서 꽤 힘들어했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 강구가 우선으로 보인다. 또 힘들수록 잘 먹고 잘 자라는 스타일이었다는 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내가 무언가 가진다는 것은 곧 어떤 의무가 주어졌다는 신호라고 이야기했을 때였다. 따라서 많은 것을 가질수록 괴로움은 수반된다고 했는데 와 이거 진짜 맞지 않나?
일은 당연하고 사람 간의 관계도 내가 임하는 순간 책임이 따른다는 그게 좀 힘들 때가 있어. 아무튼 인생이 고통이란 말이 맞긴 하다. 그러니 무탈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할 일이야.
이 책이 진짜 좋았구나 싶었던 마지막 한 가지는 완독 후에 이 책으로 끝이 아니라 연관된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책의 순기능이랄까. 책과 책을 연결시켜서 생각의 창과 창을 이어주는 그런 느낌?
아마 읽어보면 느끼겠지만 분명 쇼펜하우어가 한참 앞선 시대를 살았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동시대를 살며 들려주는 듯한 조언들이 한가득 적혀있는 책이므로 혹시 쉽고 재밌게 쇼펜하우어를 알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