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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담
Dec 14. 2023
그들이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최진영 <구의 증명>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혀둘 것이 있다. 이 소설은 정확하게 나의 취향이 아니다. 불호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책 호불호가 무척 갈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래도 구의 증명을 읽는데 가장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소는 죽은 구의 시신을 담이 먹어치우는, 즉 시체를 먹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자면 구와 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다. 음 글쎄 막상 적고 나니 이 두 사람을 '사랑'이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두 남녀의 로맨스로만 정의하기엔 둘이 한 몸 같았던 시간과 감정들이 그보다는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온다. 구와 담의 관계는 단순한 사랑으로 쓰이기엔 숭고함이 묻어난달까.
둘의 관계를 어떻게 알리고 싶었는지 그래서 왜 이렇게 풀어내야 했는지 짐작은 간다. 그런데 나한테는 뭐랄까 너무 갔다는 느낌을 지우려야 지울 수가 없다. 과하다.
사랑이란 감정 하나에도 스펙트럼은 다양할 테니까. 분명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랑을 꿈꿀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책이 엄청 호감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게는 이런 감정은 그다지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려던 사랑마저 기괴함이 덮어버렸다. 절절함이 넘쳐 처절함이 남았다. 애틋하기보단 슬펐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짜다고 하기에도 좀 아닌 것 같고, 쓰다고 하기에도 그것도 또 영 맞지 않는다. 그냥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맛의 책이었다.
내가 지금보다 어렸다면 또 다르게 받아들였을까 가정해 보았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상대와 잘 맞기 바라지만 한 몸뚱이 같은 사랑보다 각자가 뚜렷한 사랑이 좋으니까.
그냥 구의 삶이 안타까웠다. 구와 담이 애처로웠다. 둘이 증명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떠올렸다. 구는 담을, 담은 구를 그렇게 서로를 증명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소설을 읽는 동안 멀미를 하는 기분이었다. 슬프게도 어둡게도 느껴지는 감정이 끈적하게 달라붙더니 떨어지지 않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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