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행운/ 행복]
내가 중학생.
정확히는 16살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니던
남동생이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 집에 데려왔다.
못 먹어서 마른 채로 비틀거렸고,
두 손에 몸이 다 들어오는 줄무늬 고양이였다.
가게 밖에 내놓은 짜장면 그릇을 사이좋게 형아와
핥던 아기 고양이.
사람 발소리에 형아는 후다닥 도망갔지만
미쳐 도망가지 못 한 아기 고양이는 그만 그 자리에 쓰러졌고, 놀란 남동생은 뒤도 안 보고 아기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이날 남동생은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다.
"어미가 근처에 있었을 텐데! 어쩌자고 데려와?!"
이 전에 남동생은 햄스터에 미쳐서 엄마에게 고집부려 햄스터를 키운 전력이 있다.
번식력이 강한 햄스터는 점차 늘어나
엄마가 힘들어했을 정도였다.
여차저차해서 입양을 보내고
원래 있던 수컷만 키웠는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 죽었다.
콧물을 흐르며 남동생이 엄마한테 말했다.
"이제는 동물 다시는 안 키울 거야"
하던 녀석이
햄스터가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양이를 주워 온 것이다.
엄마가 다시 데려다 놓으라고 말하자,
남동생은 울며 버티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의 패배.
엄마는 고양이가 먹을 만한 것들을 사 왔다.
그렇게, 우유와 고양이 사료를 조금씩 먹여 혈색을 되찾자,
고양이는 냥빨과 함께 이름이 지어졌다.
[행운]
행운이 집에 들어오게 해 달라면서 지었다는데
영... 아닌 듯하다.
발정의 시기가 찾아왔다.
암컷을 부르려고 베란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었고
결국 엄마의 명령대로 돈을 벌기 시작하던
내가 병원을 데려가 중성화를 시켰다.
마취로 빨리 끝난 수술. 선생님이 건네서 받았는데
축 늘어진 채 혀를 길게 빼고 있었다.
마취에서 깬 녀석은 소중한 땅콩 2개를 잃고는
넥카라를 쓴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웃기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
이다음 세탁소의 환경에서 자라던 고양이를
여동생이 가방 안에 숨겨 집에 데려왔다.
출근하고 돌아온 엄마는 굳었다.
"데려다 놓고 관리도 안 할 거면서 또 주워왔어?!"
엄마가 노발대발했다.
결국 일을 다니면서부터 여동생이
고양이의 사료와 간식을 사기 시작했다.
둘의 첫 만남.
하악질을 하는 하얀 고양이에 어정쩡하게 구는 행운이.
한 대 맞았음에도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자,
하얀 고양이는 행운이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이름이 생겼다.
[행복]
둘이 찰싹 같이 붙어있는 사이좋은 남매가 되었고,
발정을 시작했다. 행운이보다 더 큰 울음소리.
이 때는 여동생이 수술시켜 집으로 다시 데려왔다.
얼굴에 커다란 넥카라가 쓰였다.
아무 생각이 없는 표정이었다.
수술 후 행복이는 급격하게 살이 쪘다.
노는 것도 귀찮아 누워서 노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절레절레)
꼭 붙어있던 둘 사이에 남동생이 키운 강아지가 있었고,
안 좋은 사고 이후 다음은 미소가 들어와 정착했다.
둘이서 아직 아기였던 미소에게 하악질을 하다가
솜방이같은 앞발로 미소를 때려 서열을 정했다.
미소는 맞고는 울었다가,
지금은 서로 장난치면서 노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과 엄마 유기묘 한 마리를 구해 집에 데려왔다.
다른 사람이 데려간다 했다는데 굳이 데려와 화를 냈다.
애초에 데려오지나 말지.
무언가 충격을 받았는지 유기묘를 보자, 행운의 눈이 멀어지면서 살이 급속하게 빠졌다.
온 가족들이 충격을 받았고,
여동생은 미안한 마음에 유기묘를
하루빨리 보호센터로 보냈다.
다행히 좋은 곳으로 입양이 됐다.
그럼에도 행운의 눈은 원래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현재는 눈이 멀어버린 채로
다니던 길로만 다니고 있고,
코와 수염에 의지 한 채 걸어 다닌다.
무슨 일인지 생떼도 부쩍 많아졌다.
현재
행운이는 19살을 산 장수 고양이가 되었고,
행복이는 11살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고양이들을 바라볼 때면 눈물이 난다.
더 오래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