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담은 네모난 상자
할머니 댁 거실 구석엔 오래된 TV가 놓여 있었다.
네모난 몸통에 두툼한 뒷모습, 까만 화면이 반쯤 먼지로 덮여 있었다.
아이의 눈이 커졌다.
“와, 이게 뭐예요? 요즘은 다 얇고 큰 건데.”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옛날엔 저걸 네모난 상자라고 불렀단다.”
“상자요? 근데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는데요?”
할머니는 잠시 TV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 안에는 세상이 들어 있었지.
우린 모두 그 앞에 모여 웃고 울었단다.”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조금 더 깊어졌다.
“누군가는 드라마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누군가는 노래하는 사람을 보며 가수가 되고 싶어 했지.
뉴스를 보며 앵커를 꿈꾸고,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무대를 꿈꾸던 아이들도 있었단다.”
할머니의 눈빛은 어딘가 먼 곳을 향했다.
“네모난 상자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꿈을 담은 무대였어.”
아이의 시선이 다시 TV로 향했다.
꺼진 화면은 거울처럼 아이의 얼굴을 비추었다.
“근데 요즘엔 다 휴대폰으로 보잖아요. 그럼… 우리 세대의 상자는 휴대폰이에요?”
할머니는 잠시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한 건 뭘로 보느냐가 아니라, 그걸 통해 어떤 꿈을 품느냐란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시 후, 꺼진 화면 속에서 무대 위에 선 자기 모습이 보였다.
밝은 조명 아래 노래를 부르고, 박수 소리를 받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나도 언젠가 저 상자 속에 들어가서, 내 꿈을 보여주고 싶어.”
※ 작가의 말
네모난 상자는 세대를 이어 주는 창이자, 꿈을 비추는 무대였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보다, 그것을 통해 어떤 꿈을 키우느냐가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