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 않아도 피어난 꽃
한겨울을 지나자, 화단에는 메마른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잎이 다 말라버린 식물들은 흙 위에 고개를 떨군 채, 여전히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손끝으로 마른 줄기를 뽑아내고, 바스러진 잎을 모아내자 빈 흙만 드러났다.
조금 서글펐지만, 비워내야만 새로운 계절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순간, 비워진 흙 사이에서 노란빛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심지도 않았는데…”
햇살을 받은 작은 가지 끝에서 개나리 꽃망울이 미소 짓듯 흔들렸다.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손바닥을 흙 위에 얹자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마음속 얼어 있던 겨울도 함께 녹아내렸다.
개나리는 속삭이는 듯했다.
“겨울을 잘 견뎌 줘서 고마워. 이제 다시 웃어도 돼.”
작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반짝였다.
봄은 그렇게, 준비하지 않은 자리에도 먼저 다가왔다.
※ 작가의 말
봄은 때로, 우리가 심지 않은 자리에서도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