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의 방황 끝에 얻은 깨달음
안녕하세요 스모어라는 초기 스타트업의 아빠 곽도영입니다. 오늘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제가 유니콘이 되겠다는 목표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게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누군가가 이번 창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고민하지 않고 “유니콘.”이라고 답했다.
사실 처음부터 유니콘을 꿈 꾸게 된 것은 아니었다.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의 목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서 그들을 만족시켜서 돈을 버는 것’이었고, 스모어(도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의 목표는 ‘한 명이라도 사랑하고 만족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유니콘이라는 목표를 갖기 전에는, 우리 슬랙에 고객의 결제 알림 하나가 울릴 때마다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고, 토스, 스포티파이, 삼성물산과 같이 우리가 존경하는 선배 기업들이 우리 제품에 가치를 느껴 유료로 구매해주셨다는 것에 세상을 다 가진듯이 기뻐할 줄 알았다.
유니콘이라는 목표를 가지게 된 5개월 동안에는 그 기쁨을 전혀 느끼지 못 했다. 지금 스모어(도다)는 1200개 기업이 유료로 사용하는 제품이 되었고, 고객들은 활발하게 자신들이 우리 제품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은 추가적인 문제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일주일에 2번 있는 고객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분들께서는 “투자도 많이 받고, 많이 팔려서 오랫동안 제품을 사용하게 해주세요.“라는 사랑을 해야만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신다.
정말 누가봐도 행복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서는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해야하고, B2B SaaS의 평균 멀티플 7배에서 10배를 역산하면 최소 100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노션과 같은 선배 기업들도 최소 8~9년이 걸려서 유니콘이 되었는데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프로덕트를 갖고 있음에도 나의 눈은 저 멀리 유니콘에 꽂혀있었고, 매일매일이 조급했고, 매일매일 닿지도 않는 목표를 보면서 불행해졌다.
우리 투자자분들께서는 유니콘이 되라고 강요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밸류를 엄청나게 불리라고 부담을 주신적도 한 번도 없다. 일례로, KB인베스트먼트 이지애 상무님께서 투심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사주시면서 해주신 말은 ”이번 창업이 대박이 나면 물론 좋지만, 도다에 투자한 이유는 이 아이템이 초대박이 날 것 같아서는 아니었어요. 대표님께서 이번 창업을 통해 한 번의 사이클을 잘 마무리해보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배우고, 다음 창업을 할 때 대표님께 투자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어요.“였다.
그럼에도 유니콘이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은 100억 이상씩 투자 받는 다른 스타트업의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면서였다. 세상은 넓고 멋진 스타트업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투자자, 기업들은 큰 돈을 베팅한다. 투자 금액 자체도 부러웠지만 그보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100억짜리 논리구조와 그들이 그리고 있는 꿈과 미래가 부러웠다. 그리고 우리를 믿어주신 투자자분들께 저렇게 멀티플을 선물해드리지 못 하는 것도 속상했다.
끊임없이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스타트업’과의 비교는 누군가가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꿈에서 시작한 나의 창업 여정을 불행하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다. 얼마전에는 일주일 동안 펑펑 울었다. 머릿속은 끊임없이 우리가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닿지 않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걱정과 조바심만 생겼다. 그러다가 한 심리학 입문서를 읽게 되었다. 로크 법칙과 카렐 공식을 알게 되었고, 두 가지 법칙과 공식을 나에게 적용해보았다.
로크 법칙은 ”목표 자체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뛰어넘는다고 생각이 되면 동기부여가 되지 못할 수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로크 법칙을 제기한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에드윈 로크는 농구가 인기가 많은 이유를 쉬운 예시로 들어 설명한다.
“농구는 많은 사람이 즐겨하는 운동이다. 농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농구대의 높이가 합리적이어서다. 만약 농구대의 높이가 건물의 2층 높이만큼 높다면 골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구대는 일반 사람이 충분히 뛰어오를 수 있을 만큼의 높이다. 결국 도전성과 합리성이 아름답게 균형을 이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운동이 되었다.”
그리고 로크는 목표는 높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더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농구대처럼 합리적으로 ‘뛰어오를 수 있을 만큼’의 목표라면 우리의 적극성을 잘 자극할 수 있으며, 너무 높거나 현실과 맞지 않는 목표는 적극성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나는 유니콘이라는 목표가 건물 100층 높이의 농구대였다는 것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현재 나에게 적합한 높이의 농구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 뒤에 내가 성장했을 때, 그 다음 적합한 높이의, 조금 더 높은 농구대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카렐 공식을 요약하면, ‘우리가 계속 걱정만 한다면 아마도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걱정의 근원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카렐 공식은 3가지 단계가 있다.
첫 번째, 먼저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한다. 그 후,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두 번째,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일 나쁜 상황을 찾아낸 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비록 상황을 돌이킬 수 없더라도 우리는 빠르게 털어낼 수 있다.
세 번째, 그 후 우리는 평화롭게 우리의 시간과 힘을 쏟을 수 있고 우리 마음속에 받아들인 제일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다. 적절히 대처한다면 우리는 빠르게 가장 나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카렐 공식의 3단계를 나의 상황에 접목시켜보았다.
첫 번째, 우리 회사가 유니콘이 되지 못한다.
두 번째, 우리 회사가 어차피 유니콘이 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우리 고객들이 우리를 더 사랑하게 만들어서 자생가능한 회사가 되자.
세 번째, 우리 고객들이 우리를 더 사랑하게 만들 방법, 더 많은 고객들에게 우리 제품의 가치를 선물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자. 프로덕트와 그로스에만 집중하자.
나는 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런웨이는 거의 영속 가능할 정도로 남아있으므로, 최악의 상황은 유니콘이 되지 못 하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눈 앞의 어둠이 걷히고, 최선을 다해 잠재 고객들에게 메시지를 돌리고,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우리 팀원들이 보였고, 고객들이 사랑하는 나의 제품이 보였고, 우리에게 망하지 말아달라고 말해주시는 고객들이 보였다.
작년 10월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까지, 5개월 동안 정말 지독한 방황을 했다. 정말 지독하게도 아팠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팠다.
진통을 겪은 끝에, 나는 이제 유니콘이 되지 못 해도 상관없다. 이제는 우리 고객들이 더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인터뷰를 하고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더 많은 고객들이 우리 제품에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우리 제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우리가 발견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묵묵히 글을 쓰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누군가 나의 5개월 간의 아픔을 겪고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