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좁히고 좁히고 좁혀서 사랑에 빠지게 만들자.

안녕하세요 스모어라는 초기 스타트업의 아빠 곽도영입니다. 오늘은 고객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고객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 구분할 것 없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나는 모든 비즈니스의 본질은 고객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고 이를 잘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질의 가장 큰 기둥 2개 중 하나를 잘하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사람도, 돈도, 시간도 부족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물론 나 역시 자신있게 잘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더욱 잘하고 싶고, 초심을 잃지않기 위해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돈을 받아보자

우리가 처음 오픈 베타를 무료로 런칭했을 때 고객들은 피드백을 많이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피드백을 왜 안 주시는지 궁금해서 우리 서비스를 가장 잘 사용해주시고, 피드백을 활발하게 주시던 유일한 사용자분께 커피챗을 요청드려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셋을 장착했고, 고객분들께 계속 인터뷰를 요청드려도 인터뷰는 응해주시지도 않고, 피드백도 많이 안주세요. 이유가 뭘까요?”


“피드백은 2가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사랑이에요. 피드백도 다 시간이고 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제품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하나는 분노예요. 이 서비스를 쓰면서 정말 화나 짜증이 나야 나오는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라도 있어야 인터뷰든 피드백이든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도다(현재 스모어)는 초기여서 이 제품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수 없고, 무료 서비스이고 기능도 많이 없다보니까 아쉬움은 있지만 화가 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나 “그러면 사용자님께서는 어떤 마음에서 저희에게 피드백을 많이 주셨나요?”


“저는 이 제품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피드백을 드렸어요. 일단 제가 가진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고 있고,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중에는 정말 잘 될 것 같거든요. 저는 도다의 팬이에요.”

3시간 동안 나눈 대화에서 내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부분이다. 물론 2가지 감정 중에 정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에게 피드백을 주시는 분(팬)이 많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기능이라고는 유형테스트를 만드는 기능 뿐이었던 우리 프로덕트를 보니(심지어 그 때는 애널리틱스도 없었다.) 아직 ‘팬'이 생기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화가 나서’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을 늘리는 것 뿐이었고, 우리는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화가 날 수 있는 상황들을 리스트업했다.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을 리스트업 하다보니, 기능 부족과 같은 아쉬움에서 비롯되는 화가 있고, 버그, 렉, 오류와 같이 정이 떨어져버리는 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좋은 피드백을 줄 분들은 아쉬움에서 비롯되어 화가 나신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움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아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았다.


내 일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들을 리스트업해보았는데, 정말 죽어라 공부했는데 성적이 기대한 것보다 안 나왔을 때, 큰맘 먹고 한우를 먹으러 갔는데, 비싼 가격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양의 고기가 나왔을 때였다. 즉, 내가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하면서 생긴 기대 가치에 비해 제공되는 결과나 서비스가 부족할 때 아쉬움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물론 여러 SaaS 플레이북을 읽으면서 “SaaS가 돈 안 받는 것은 그냥 자원봉사하는 것과 같다.”라는 글을 여러번 읽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돈 받아야겠다'라는 결심은 이때 나왔다.


그래서 베타 런칭한지 2개월만에 우리는 돈을 받기로 결심했고, 3개월이 되던 날 유료화를 해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하나는 아무도 안 살까봐, 하나는 욕 먹을까봐. 정말 다행히도, 첫달 결제를 18개 기업에서 해주셨는데, 정말 새벽이든 언제든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이 왔다. 


어떤 분께서는 이 돈 받고 이 정도밖에 안 되냐고 쌍욕을 하시기도 했다. 당시에는 이런 말들에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서 이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지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고객들이 분노에 섞인 피드백에는 고객들이 현재 처한 문제가 있었고, 우리가 이를 해결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해야할 지 너무 명확했다.


우리는 매일 밤을 새면서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기능을 추가하면 마법처럼 그 기능과 관련된 피드백은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새로운 문제 상황에 대한 피드백이 물 밀듯이 쏟아졌다. 하나씩 퀘스트를 깨는 기분이었다.


유저와 고객을 구분하기

점점 우리 서비스가 개선되면서 사용자분(유저)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해주시는 유저분들도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당시 유저분들의 피드백도, 돈을 내고 사용해주시는 고객분들의 피드백도 소중하게 생각했고, 동일한 가중치로 피드백이 반복되는 횟수를 지표로 삼아 서비스를 개선했다.


그때는 워낙 초기이다보니 유저와 고객이 원하는 피드백이 비슷했고, 딱히 구분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무료 유저와 고객이 원하는 피드백이 갈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처음에 무료로 사용해주시는 유저 역시 주요 지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료 유저들이 피드백해주신 기능들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무료 유저분들께서 주신 피드백을 받아들여 열심히 기능을 만든 적도 몇번 있다. 하지만 우리의 지표 중 어느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유료 고객들의 분노의 피드백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때부터 고객들의 피드백을 단순 반복횟수로 점수화하지 않고, 플랜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피드백의 우선순위를 리스트업했다.


이탈 고객 VS 지속 고객

이탈 고객과 지속 고객 모두 우리에게 돈을 내고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기대하셨던 분들이다. 이탈 고객은 우리 서비스에 더 이상 돈을 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신 것이고, 지속 고객은 우리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가치를 느끼고 계신 분들이다. 


서비스를 하다보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리텐션(잔존율)이 된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많이 고민했는데, 우리가 처음 생각한 것은 이탈하게 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탈 고객들 대상으로만 인터뷰를 진행해서 우리 서비스를 왜 이탈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신기하게도 이탈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단순히 캠페인이 끝났기 때문에 이탈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만족도가 높은데 이탈률이 높다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오래 사용해주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를 오래 사용해주시는 고객분들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를 오래 사용해주시는 고객분들은 우리 서비스를 퀴즈 제작을 위해서 처음 알게 돼서, 설문조사도, 신청서도 우리 서비스로 제작하시면서 계속 가치를 느끼고 계신다고 하셨다.


장장 3개월 동안 이탈 고객과 지속고객 각각 30분씩 60분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지속고객과 이탈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목적과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즉, 우리 서비스가 계속 사용되기 위한 방법은 지속고객에게 더 집중해서 지속고객이 우리 서비스에 지속적인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 뒤 우리는 피드백을 받을 때 피드백 반복 횟수, 플랜에 따른 가중치 뿐 아니라, 지속 개월수도 가중치를 적용해서 보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중에서도 더 사랑하고, 그 중에서도 더 사랑하는 고객을 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스모어는 1200개 고객사가 유료로 사용해주시고 4만명의 유저가 사랑해주시는 서비스가 되었다.


더 뾰족하게 우리를 사랑하는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다보면 우리가 봐야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더 명확하게 알게 됨에 따라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야하는지, 어떻게 팔아야하는 지도 덩달아 명확해진다. 물론 지표가 어느 날 폭발적으로 솟아오르는 순간 (PMF를 찾은 모먼트)이 언제 찾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우리를 사랑해주는 고객들을 위해서 제품을 만들다보면 어느 순간 찾아오겠다는 확신이 든다.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을 위해 노력하는 스모어 팀의 이야기를 읽고 스모어가 궁금해졌다면?

지금 스모어 만나러 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