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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우리 안에 있었다.

우리 서비스는 비슷한 서비스 중에서 가격이 싼 편은 아니다.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서 아직 기능도 많이 부족하고, 팀도 정말 작아서 고객들이 피드백 주신 기능들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적지 않은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자가 뭐예요?

IR을 도는 동안 우리 서비스의 해자가 무엇인지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우리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해주시고, 활발히 활용해주시는 고객분들께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해보면 “스모어가 제일 예뻐서요.”, “UX가 직관적이어서요”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하여 멋지게 폼을 꾸밀 수 있다는 것과 UX가 직관적이라는 것을 유니크 셀링포인트로 삼아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하지만 이내 이 2가지는 유니크 셀링포인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외산 프로그램부터 국내 프로그램까지 수많은 폼들이 존재하고, 이미 상향평준화가 되어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었고, 고객들이 피드백 주신 것을 반영하며 2.0의 UX를 개발하다보니 우리 서비스 역시 기능이 다른 서비스들만큼 많아지면 지금처럼 단순한 UX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비싼데 왜 살까?

근 몇 개월 동안 내 머릿 속은 ‘고객들은 다른 선택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적게든 2배, 많게는 3배 비싼 우리 서비스를 고객들은 왜 사용할까?’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고객들의 인터뷰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고, 모든 유료 고객분들께서 우리 서비스를 활용하신 사례들을 일일이 뜯어봤다. 이전에도 뜯어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앰플리튜드 데이터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뜯어봤다.


고객들의 사용행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졌는데, 하나는 고객 리서치였고, 다른 하나는 고객과의 상호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고객 리서치에는 고객 피드백, 설문조사, 신청폼과 같은 목적들이 있었고, 고객 커뮤니케이션에는 참여형 콘텐츠, 이벤트, 고객 스코어링, 세그먼테이션과 같은 목적들이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유료 고객들은 우리 서비스를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해서, 그 뒤에 설문조사, 피드백과 같은 고객 리서치에도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서비스에 고객분들께서 최초로 가치를 느끼시는 것은 MBTI, 유형 테스트, 정오답 퀴즈와 같이 일반적인 로직점프로는 구조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너무 복잡해서 2주 이상이 걸리는 부분을 3분만에 할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AARRR 퍼널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Acquisition(고객 획득), Activation(활성화), Revenue(구매)까지는 우리 서비스가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가치 제안이 담당해주고 있었다. Retention(잔존)은 Form과 연동을 통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고객 리서치에 대한 가치제안이 담당해주고 있던 것이다.


이어서, ‘그렇다면 왜 다른 폼 서비스들은 우리의 로직을 구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우리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는 특수 로직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서비스들은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UX/UX를 전부 뜯어고치는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서비스는 처음에 심리테스트와 퀴즈 같은 인터랙티브(참여형) 콘텐츠를 코딩 없이 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접근했고, 매출을 만들어냈다. 그 때도 다른 폼 서비스들은 많았고, 우리 서비스가 지원하는 기능은 더 적었음에도 고객득은 지갑을 열었다. 정답은 우리 안에 있었던 것이다.


USP vs Retention

꼬리를 무는 고민으로,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고객 리서치 가치 제안을 강화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의 유니크한 셀링포인트인 특수 로직의 가짓수를 늘려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해당 고민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니, 이 고민은 신규 고객 확보가 먼저인지,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서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었다.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치 제안을 늘리는 것은 신규 고객의 의사결정에서 다른 경쟁 서비스들 사이에서 우리 서비스가 선택될 확률을 높여주는 일이었고, 고객 리서치에 대한 가치제안을 늘리는 것은 기존 고객들이 떠나지 않도록 잡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병렬적으로 두가지 모두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리소스 문제로 병력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기존 고객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서 일단 리텐션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을 했다. 이를 위해서 3rd party 앱들과의 연동, 로직점프와 같은 고객 리서치를 위한 기능들을 먼저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현재 다중선택 + 기타입력, 파일업로드, 주관식 입력과 같은 응답 수집 종류는 모두 추가하였고, 곧 연동 기능이, 3분기에는 로직점프가 나온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시는 듯, 이번달 프리미엄 플랜의 리텐션은 79%가 되었다. 리텐션을 85%까지 달성하고 나서는 더 다양한 로직과 세그먼테이션을 지원하여 우리의 USP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글을 마치며

고객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처음 구매를 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심리테스트를 직접 제작해서 네이버 실검과 트위터 트랜드에 올랐던 노력이, 다른 기업분들의 외주 계약을 수주해서 매출을 만들어왔던 시간이,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던 정성까지. 우리가 걸어왔던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고객 리서치 뿐 아니라 고객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한 폼이라고. 그리고 우리의 시작 때부터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게 해준 특수 로직들이 우리의 해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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