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만 준다는 함정
둘째 쪼쪼를 만나보기도 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 그리고 지금은 너무나도 수긍하는 그 말
"둘째는 사랑이야."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는 않더라도 대부분의 둘째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바로 누구보다도 빠른 눈치와 애교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내리사랑이라고는 하지만 어딜가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우리 쪼쪼. 여전히 낯가림이 있기는 하지만 낯가림이 풀렸다하면 "나 이렇게 예쁜데? 안 예뻐할거야?" 라는 듯 제법 예쁜짓과 애교를 부려내는 쪼쪼. 정말 옛 말 틀린거 하나 없다더니 둘째는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만' 받는다는 함정이 있었다는 것.
임신을 하면 초기에는 아기집이 생겼나? 심장은 잘 뛸까? 젤리곰 보고싶다로 궁금증이 생기다가 초기가 지나고나서 가장 궁금한 것은 단연 아기의 성별이다. 둘째는 안그럴 줄 알았는데 둘째도 무척 궁금했다. 다롱이와 같이 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매로 확정받고나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성별이 같아서 옷 걱정은 없겠다는 것이었다. 아기를 낳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낳기 전의 마음과 낳고나서의 마음은 천지차이다. 뱃속에서 아이를 품으며 태교하고 태동을 느끼며 아이와 교류하는 것도 너무 소중하지만, 직접 내 아이를 낳고 눈맞추고 직접 품에 안으며 소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옷 걱정은 없겠다는 이야기가 나도 경제적으로 좋다고 생각했고 그걸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낳아보니 달랐다.
그래도 나름대로 또 입혀도 될만한 것들만을 남겨놨다고 남겨놨는데 아무래도 새 옷과는 달랐다. 3살터울 다롱이도 사촌조카가 있어서 늘 새 옷만을 사주는 것은 아니지만 쪼쪼보다 상대적으로 새 옷이 많은 다롱이의 옷과 비교하니 헌옷은 헌옷이었다. 언젠가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하는데 쪼쪼거는 내 돈주고 새로사준 옷 하나 없다는 사실에 미안함이 몰려왔다.
코로나 베이비라서 돌잔치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안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했다. 그래서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조용히 치뤄진 둘째 쪼쪼의 돌잔치. 그런데 소식을 알아도 축하말 없이 지나가기도 하고 요즘 둘째도 돌잔치를 하냐는 말이 무척 서운하게 들려왔다. 물론 요즘은 둘째가 아니고 첫째 돌잔치도 무척 간소화하고, 웨딩이며 환갑잔치처럼 옛부터 잔치로 불려오던 것들이 가족단위로 규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부모마음엔 또 아이의 첫 생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데 둘째는 정말 돌잔치 초대라도 하면 민폐가 되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가 나는 무척 서운했다. 둘째라고 생일이 두번째인가요?
"너의 것을 하나하나 채워줄 수 있도록 할게"
놀이하다 문득 자주 들리는 다롱이의 말 "그거 언니거야."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저 우는 쪼쪼를 보면서 엄마가 정말 아차 싶었어.
내거라고 주장할 수 없는 쪼쪼의 울음을 보면서 엄마가 무척 미안했단다.
요즘은 못하는 말이 없을 만큼 말도 잘해서 장난감 놀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엄마 이건 내거야?" 라고 묻는 쪼쪼야.
언니 것을 받는 것도 같이 사용하는 것도 있겠지만
네가 꼭 언니 것만을 물려쓰는 것이 당연하게 되지않도록
너의 것을 하나하나 채워줄 수 있도록 엄마가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