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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로미 Oct 23. 2022

어리다고 깍두기는 싫어요.

첫 데이트의 행복

 많은 엄마들이 둘째를 임신하고나서부터 첫째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까봐 첫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집중한다. 임신 중에는 앞으로 많이 못 놀아줄텐데 라는 마음에, 둘째 아이를 낳고나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많아지는 모습이 짠한 마음에서이다. 심지어 둘째 아이가 신생아 시절에도 첫째 아이가 싫다고하면 아기가 울어도 안아주지 말라고도 이야기를 한다. 

 나도 여태까지 특히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던 첫째 다롱이의 마음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었다. 아직 쪼쪼가 아기라서 모른다는 이유로 다롱이만 몰래 간식을 주거나 장난감을 사주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모를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롱이와 데이트를 나가던 어느 주말, 쪼쪼의 대성통곡을 보며 그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도 엄마랑!"

 둘째 쪼쪼 육아가 좀 더 쉬웠던 이유는 아빠바라기였기 때문이다. 쪼쪼 신생아 시절 아빠의 육아 비율이 훨씬 높았어서 인지 아빠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아빠가 온 종일 함께하는 주말이면 나는 첫째 다롱이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서 꽤 수월하게 주말 육아를 하며 지냈다. 그렇게 다롱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동안 아빠와 잘 지냈기에 당연히 괜찮을거라 여겼고, 종종 투정은 부린다고해도 눈가리고 아웅하며 눈속임으로 대처해왔건만. "나도 엄마랑"을 외치며 대성통곡으로 울던 그 날 이후 언니에게 샘을 부리는 강도가 강해지고, 엄마껌딱지가 되어가는 쪼쪼를 보며 여태까지의 상황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쪼쪼는 태어날 때 부터 너무나 당연하게도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부러 첫째 마음 살핀다고 집중하였기에 첫째와 비교했을 때 훨씬 적은 시간만을 엄마와 단 둘이 함께 할 수 있었다. 언니의 마음, 선택에 따라서 늘 선택지가 뒤로 밀렸던 쪼쪼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에 대해 생각하니 마음 한 편이 저려왔다. 아기라서 어리다고 모를 거라는 마음으로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깍두기처럼 두는 것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말 재미있었어."

  새벽 감성이 찾아온 어느 날, 첫째의 아가 시절 사진첩을 넘겨보는데 참 많은 걸 함께 했던 추억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쪼쪼로 넘어가서 사진첩을 넘겨보는데 엄마와 단 둘이 함께한 시간은 오로지 집이었다. 쪼쪼는 코로나베이비라서 돌 전에는 외출을 자제하기도 했지만, 어린이집을 일찍 입소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하원 후에 놀이터를 가는 정도의 외출외에는 특별하게 엄마와 나간 적이 없었다. 물론 하원 후에는 단 둘도 아니고 늘 언니와 함께였고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쪼쪼와의 첫 데이트. 어린이집 땡땡이로 쪼쪼와 단 둘이 동물원에 다녀오게 되었다. 그리고 쪼쪼에게 집중해보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행복하는 쪼쪼가 보였다.


가는 내내 보게 될 동물들을 기대하던 너

동물들을 보며 반짝이던 눈을 하던 너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나에게 달려와 온전히 안겨서 행복해하던 너

종알종알 엄마에게 수다쟁이가 되어 이야기하던 너

집에 가면서도 잠이 들어서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너


 그렇게 우리의 데이트는 성공적이었다.


엄마가 쪼쪼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앞으로 너와 함께할 시간들이 기대되."

쪼쪼야, 엄마는 늘 네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못했던 것 같아서 미안해.

늦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너무도 기특하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우리 앞으로 이렇게 종종 데이트하며 재밌고 행복한 시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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