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편이야.
결혼 전부터 아이 계획은 둘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첫째 다롱이를 무통없이 자연분만 출산을 하곤 둘째는 없다고 선언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주 단단하게 외동을 외치는 단호박이 아니라면 둘째는 폐경 전까지 고민한다더니, 그건 나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마음 잡고 둘째를 결심했고 다롱이와 쪼쪼는 자매가 되었다. 둘이 같은 건 성별 하나 뿐 무엇하나 같은 점을 찾기 어려운 다롱이쪼쪼를 보며 나는 "다롱이는 이랬었는데, 쪼쪼는 이렇네." 라는 생각이 자주 들게 되었고, 둘은 자매로 묶이며 서로 비교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첫째든 둘째든 처음 만나는 순간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다. 첫째는 우리를 닮은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 감동이었고, 둘째는 첫째를 닮은 아기가 하나 더 태어났다는 것이 무척 감동이었다. 돌 전까지만 해도 닮은 모습들을 보며 힘들게 했던 것에는 한탄해보기도하고, 자라나는 것에는 감동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라면 자랄수록 같은 배에서 태어난 것이 맞나 싶은 정도로 둘은 달랐다.
그러나 그런 다른 점이 남이었다면 그저 다르다고 생각했겠지만, 같은 배에서 태어난 같은 성별의 자매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비교대상이 되어버렸다. 쪼쪼가 태어나면서 서로 다른 하나가 아닌 자매라는 이름으로 둘을 하나로 보고 있었고 서로가 지표가 되어 비교가 일상회 되고 있던 것이다.
비단 우리집 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둘이서 정말 자주 싸운다. 그다지 특별한 이유도 아니다. 하지만 자주 부딪히다보니 과하게 감정을 분출하는 첫째 다롱이, 자다가도 꿈꾸면서 언니를 부르며 우는 쪼쪼, 싸움이 시작되려는 기미만 보여도 이미 예민해져버리는 나 우리는 모두 날카롭게 날이 서게 되었다.
나는 둘째는 가지면서 다짐했던 것 중 하나는 첫째라고 양보나 책임감을 갖도록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니가 언니니까." 라는 말은 절대 쓰지 않기로 말이다. 그래서인지 그 말은 대체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언니인 다롱이가 쪼쪼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또래보다 말도 잘하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쪼쪼를 보면서 다롱이를 예민한 아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쪼쪼에게는 놀이나 생활의 중심이 다롱이에게 맞춰져 있어서 아기라서 못한다는 제한을 많이 두게 되었고, 잘 먹는 다롱이와 달리 편식이 심하고 저지레하는 쪼쪼를 보며 타박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둘을 데려다놓고 대놓고 너희 둘은 왜이리 다르냐고 왜 이러느냐고 비교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 비교였고 나의 비언어적인 행동과 눈빛에서 베어나왔을 것이다.
비교라는 것이 내가 기준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기준이 된다면 그것은 곧 경쟁이 되고, 경쟁에서 졌을 때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비교의 일상화과 되어버린 환경에서 다롱이와 쪼쪼는 서로 경쟁하며 싸움이 잦아진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싸움을 줄이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같은 편 만들기이다. 작은 일 하나에도 날선 아이들이지만 그 싸움의 소재가 무척 가벼운 것도 있다. 누군가 정말 크게 잘못해서 잘잘못을 따져야하거나 크게 감정이 상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라이벌로서 서로를 공격하는 싸움이 아닌 같은편으로서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는 방법. 바로 엄마의 장난끼를 발동하는 것이다.
둘이 가지고 놀려던 장난감을 엄마가 져가버리며 악역 장난꾸러기가 되기도 하고, 둘을 싸움을 무서워하기도 또는 놀리기도하며 무찔러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는 간지럼대장이 되는 것도 있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서로를 정말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뿌리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의 장난에 까르르 웃음지어준다.
엄마의 장난은 무거웠던 공기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마법과도 같았다. 아이들과 똑같이 늘 싸움이라는 것에만 집중해서 잘잘못을 따지려하고 너무 진지하게 대했기에 아이들도 엄마인 나도 무거워져버린 것도 있었다. 장난을 치니 웃음도 나고 다롱이쪼쪼는 엄마를 맞서기위해 서로 손잡고 힘을 모으기도 하며 같은 편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편이야."
엄마가 둘이길 바랐던 마음이 바로 너희 둘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였어.
물론 늘 사이좋기만 할 수 없고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며 자라겠지만, 둘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서로를 위하는 같은 편임을 알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너희도 우리 모두 다 같은 편으로 잘 지내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