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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Jul 23. 2020

엄마를 괴롭히려고 우는 아이는 없다.

엄마의 걱정 한 스푼 덜어드려요-1

해가 기울어져 가는 저녁이면 저는 너무 무서워요. 그때부터 시작하거든요.


매일 저녁,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지면 아이가 울기 시작한다는 어머니와 상담을 했다. 숨이 넘어가게 우는 아이 때문에 공포까지 느끼는 어머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의 엄마라서 더 힘들 거다.



나는 특수교사다.

나는 특수한 교육적 목적을 지닌 아이들, 즉 장애가 있는 학생을 가르친다.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말을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부분 발화(發花)가 안 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면 무엇으로 표현할까?


아프다. 화가 난다. 배고프다. 싫다. 좋다. 기분이 끝내준다. 오늘은 피곤하다. 먹기 싫다. 배고프지만 이건 먹기 싫다. 기쁘다. 너무 재미있다. 응가가 마렵다. 손을 씻고 싶다. 자고 싶다. 어제 잠을 못 잤다. 양치하기 싫다.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 이외에도 *백만 가지의 기분과 *백만 가지의 의사표현 등등.


이렇게 다양한 기분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울기, 소리지르기, 방방 뛰기, 손뼉 치기, 침 뱉기, 책상 치기' 등..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달한다. 그것을 우리는 문제행동이라고 부른다.


문제행동은 문제행동이 아니다.

  

모든 문제행동에는 기능이 있다.

우리가 문제행동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행동들은 사실 목적을 가진 기능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엄마는?

즉, 아이가 울고 불고 엄마를 때릴 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빨리 그 기능을 캐치해야 된다. 우리가 문제행동이라고 부르는 이 문제행동이 넓고 깊어지기 전에 빨리 아이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럼 어떤 이유로 우리 아이는 우는 것일까? 다음에 나열한 기능 중 어떤 것에 해당하는지 체크해보자.


첫째, 관심 끌기 : 엄마 나 좀 봐주세요! 나 여기 있어요!

*어린이집 차로 하원 하는 딸을 마중 나가면 길바닥에 누워서 울고불고하는 때가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평소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어떨 때는 까무러치게 울어요. 사람들도 다 쳐다보고 솔직히 너무 부끄러워요.


엄마와 상담한 후 아이가 우는 이유를 알았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하원 하는 아이를 받으면 아이가 뒤집어지는 것이다. 엄마의 관심을 온통 집중해서 받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는 엄마의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알고 '나 화났어'라고 표현하는 것. 이때는 온통 관심을 집중하여 하원 하는 아이를 맞이 해야 한다.


둘째, 과제나 자극 피하기

*학습지 푸는 시간이면 자꾸 몸이 근질거리는지.. '쉬 마렵다. 목마르다. 손 씻고 싶다' 한 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요.


당연히 학습지가 풀기 싫어서이다. 우리 딸은 원래 '공부머리가 없나 보다'라고 속단하지 말고 학습지 난이도는 적절한지, 우리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닌지, 제시한 학습지의 그림과 글밥의 비중은 적당한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진득이 앉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도 있다. 이럴 경우 책상 앞에 앉는 연습부터 필요하다. 만약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바닥에서 맞추던 것을 책상으로 옮겨와 퍼즐을 맞추며 책상에 앉는 연습을 시켜야 한다. (아이가 선호하는 활동이나 자극을 책상으로 옮겨와 앉는 연습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다)


셋째, 원하는 물건/활동 얻기

*밥을 안 먹고 감자 과자만 먹어요.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데 아이가 데굴데굴 구르면 아이가 잘못될까 봐 어쩔 수 없이 주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는 벌써 알고 있다. 데굴데굴 구르는 경지까지 가야 감자과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벌써 학습된 것이다. 엄마가 참다 참다 '더 이상은 못 보겠어'하고 주는 경우엔 아이 득도한다. '이 정도는 해야 엄마가 주는구나.. 다음엔 더 빨리 득도의 수준까지 끌어올려 과자를 받아야겠다..' 이럴 경우엔 울려는 기미가 보이면 주의를 환기시키고 울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감자 과자를 정해진 시간에만 먹기로 약속하고 약속판을 만들어 스티커를 붙여 시각적으로 이렇게 자주 많이 먹는다는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 아이가 좋아하는 조리법을 익혀 밥을 선호하도록 긴긴 노력도 필요하다.


넷째, 상동 행동이나 자기 자극 행동(손 흔들기, 손가락 두들기기, 물건 돌리기 등)

*아이가 그네에 너무 집착해요. 그네에서 내리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고 울어요.


상동 행동과 자기 자극 행동은 장애 아동(특히 자폐스펙트럼 장애)에게 많이 보이는 특성이다. 일반 아동에게 적용하기 힘들 수 있으나 유난히 그네에 집착하고 손 흔들기, 손가락 두드리기 같은 상동 행동과 자기 자극 행동을 하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한번 고려해 볼만한 기능이다.


주변의 자극과 혼돈스러움을 차단하는 행동일 수 있으므로 더 세분화하여 그 기능을 찾는 것이 좋다. 혹시 집에 손님이 올 때, 엄마 아빠가 싸울 때.. 계속 그네를 타려고 하는지.. 시끌벅적할 때 더 빙글빙글 도는지.. 등 여러 상황에서 관찰해 그 기능을 파악해야 한다.


다섯째, 놀이 또는 오락(단순히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

*애가 그네에 너무 집착해요. 그네에서 내리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고 울어요.


똑같은 예시를 보여주는 것은 같은 행동이라도 기능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네가 너무 좋아서 완전히 몰입하는 경우도 있다. 그네를 타는 느낌과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좋아서 계속 고집을 피울 수도 있다. 너무 걱정할 정도의 강도 높은 행동이 아니라면 충분히 자극을 느끼게 해 자극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주는 것도 좋다.  


세상의 엄마를 괴롭히려고 우는 아이는 없다. 

아이가 우는 이유는 백만 가지인데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어서.. '울음으로 자기를 표현'한 것임을 꼭 기억하자.



오늘 우리 아이 한번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우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엄마에게 말 걸 있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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