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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Jul 23. 2020

딸의 3.5춘기를 대하는 자세

큰딸은 나에게 각별하다.

결혼이란 걸 하자마자 5년쯤 주말부부를 했다. 큰 딸을 낳고 3개월 만에 친정엄마도 돌아가셨다. 조막만 한 딸내미가 없었다면 아마 뻥뚤린 가슴에 엄마의 빈자리, 남편의 빈자리가 구멍이 되어 대차게 바람이 불어댔을 것이다. 그나마 딸을 키우느라 버텼다.


딸은 올해 초5다. 발로 키워도 되는 순한 아이였는데.. 작년 말부터 한마디씩 지지 않더니 올해 눈을 똑바로 뜨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눈물만 흘리든지.. 아니면 눈만 똑바로 뜨든지.. 둘 중 하나만 할 것이지.. 지 미를 닮아 모순덩어리다.


딸의 3.5춘기를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옛날에 읽은 이지성 작가의 '피노키오 상담실 이야기'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지성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할 적 이야기다. 교실문에 '피노키오 상담실'이라 써붙이고 공부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친구 문제로 고민 많은 아이들을 상담해준.


이지성 작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실컷 들어주고 마지막엔 떡볶이 포차(?)에 들려 종이컵 한가득 떡볶이를 사줬다. 그러면 어두웠던 아이들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환해져 웃고 간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보다 몇백 원 넌치 떡볶이가 더 효과가 있었다고..


"역시 아이들도 아는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이지(백세희 작가 저)"


그래서.

나도. 

떡볶이를 사다 나르기 시작했다.


딸이 까칠해지면 퇴근길에 전화로 '떡볶이 사줄까?' 물어보고 'OK'가 떨어지면

떡볶이를 포장해 간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아이의 마음도 금방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떡볶이 약발이 잘 안 통한다. 엊저녁에는 6살 동생이 자기를 무시한다며.. 또 눈물을 뚝뚝 흘린다.


 "아니.. 한글도 모르고.. 천지 분간도 못하는 6살짜리가.. 5학년인 를 무시해봤자지.  뭐 얼마나 무시하겠냐.."

라는 말이 이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는데.. 이를 앙다물었다.


'그래.. 공감해줘야 돼. 푸르미 아버님이 배려 깊은 사랑으로 공감해주랬어.'

튀어나오려는 말을 목구멍으로 꼴깍 삼키며 두꺼비처럼 뒤집어져 있는 딸의 등도 긁어주고 볼에 뽀뽀도 해주는데..  침대에서 내려가다.

나도 흥칫뿡이다. 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 말이야..


학교에서 근무하다 딸 생각이 나서 핸드폰을 잡았다.

치사했지만.. 부모니까 숙이고 들어가야지..

전화하려다 말고 카톡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이래~~ 이거지 이거야!!

나는 퇴근길에 캐릭터 스티커를 샀다.


역시 내 예상이 적중했다.

스티커를 안겨주고는..

 "이제는 동생이 무시했다 생각하지 않기다!~" 하니까 싱긋 웃어준다. 내가 볼 딱지에 뽀뽀를 해댔더니 딸내미 화가 다 풀린 것 같다.

  

크흡. 이제 떡볶이의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스티커의 세상이 온 것이다.

3.5춘기에는 스티커!! 4춘기까지 버텨보기를!~~

카카오프렌즈 사장님 무한 감사 드린다.

예쁜 스티커를 마니 개발해 주소서~

*^^*

절반은 내가 쓰려고 가위로 잘라 핸드백에 숨겼다. 절반만 준건 평생비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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