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연구원이었는데 갑자기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데요. 다들 미쳤냐며 말렸어요. 그런데 기어코 하더니만 1년도 안돼 수입이 어마어마하다네요. 그리고 외제차를 뽑았습니다. 직원도 뽑고요. 가끔 형제들이 모이면 각자의 짝꿍들 그리고 조카들까지 숫자가 어마어마한데도 밥을 척 사곤 합니다.
"누나 당장 일 그만둬, 붕어빵 장사를 해도 너보다 더 벌겠다"
"끙.."
동생은 나처럼 살면 안 된데요. 동생이 말하는 나는 '아등바등'과 '짠내 나는' 등의 형용사와 같은 뉘앙스인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 봤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장사가 뭘까?
커피?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카페 하나 차릴까?' 였어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루에 3잔 정도 마시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커.피.맛.을 몰라요. 핸드드립, 콜드 블루, 아메리카노, 라테, 카페모카 그리고 노랑 봉지 커피.. 모두 맛있습니다. 그중 제일 맛있는 건... 노랑 봉지 커피예요.ㅠ
저는 출근해서 노랑 봉지 커피 한잔 마셔야 힘이 '빡!' 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핀잔을 줍니다. 조용히 있으라고.. 말 안 하면 티 안 난다면서.. 보기에는 핸드드립 커피만 마실 것 같다는 말을 하네요. 그게 칭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진정한 '아아'의 맛을 모르는 이런 제가.. 카페를 창업할 수 있을까요?
옷 좋아하세요? 저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남편 몰래 6개월 할부로 산 ‘때깔 나는 옷’도 몇 벌 소유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게 또 문제입니다. 대쪽 같고, 외골수적이며, 선비 같은 옷 취향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옷은 다 같은 브랜드 옷이에요. 20대에 쇼핑몰을 창업해서 아직도 20대인 CEO는 100억에 쇼핑몰을 넘겼다는데.. 20X2+1의 나이인 나는 뭐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휴 역시 옷가게도 자신이 없습니다. 이것도 패스..
정말 붕어빵 장사라도 해야 하나..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 집 근처 핸드폰 가게에 어마어마하게 크게 걸린 플래카드입니다. 크흡. 난 무슨 장사를 해도 정직하게 할 자신은 있는데 아이템이 떠오르질 않네요. 장사의 신이 있다면 아이템을 찾게 신내림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 불러 봅니다. 퀀덤 점프여~ 나에게도 나타나라!
그리고 내 직업과 직장을 떠올려봤습니다. 한참 생각을 이어 가는데...
우리 딸이 부르네요
"엄마 무슨 생각해?"
"응!? 그냥 멍 때리는 거야"
"엄마 또 멍 때렸어?"
그리고 자기 다리에 있는 멍자국을 손으로 탁탁 때리는 6살짜리 둘째..^^
이 어미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야
오늘 또 이 어미는 이렇게 딴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돌아가신 엄마도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곤 하셨는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저는 그 옆에서 우리 딸처럼 멍자국을 두드리진 않았는지.. 피식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