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제 마흔한 살이 됐어요.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엄마가 돌아가신 서른 살 이후로 고아가 된 느낌이에요.
아빠가 돌아가실 때는 너무 어려서 잘 몰랐어요.
상복을 입은 내 모습을 같은 반 애들이 불쌍하게 쳐다보는 게 싫었고,
아빠가 관 뚜껑을 로보트 태권브이처럼 뚫고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무덤에 묻히는 게 이상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실 때는 서른 살이라 다 알아서 너무 슬펐어요.
그냥 그렇게 묻히실걸 다 알아서 펑펑 눈물이 났어요.
저는,
가끔 운전할 때도 눈물이 나고
날이 쨍할 때도 눈물이 나고
엄마가 돌아가신.. 눈 오는 12월에 되면 더 눈물이 나요.
그런데 그 눈물도 10년쯤 되니 마르는 것 같아 그게 또 슬퍼져서 눈물이 나요.
엄마,
요즘 사람들은 엄마하고 친구처럼 지낸데요.
같이 쇼핑도 가고
맛있는 밥도 먹고
여행도 간데요.
전 엄마하고 그런 추억이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엄마를 생각을 하면
집 열쇠를 목에 걸고 엄마를 기다리던 내가 생각나요.
나이가 마흔한 살인데
아직도 8살에 머무르고 있는 이 마음속 아이를 어떻게 잘 보듬어서 키울지 그게 제 숙제랍니다.
사실..
엄마한테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엄마한테 나쁜 말을 해서 죄송해요.
왜 낳았냐고.. 누가 맘대로 낳으랬냐고.. 엄마 같이 안 산다고 말하거 용서해 주세요.
그때..
높은 건물만 보면 '저기서 떨어지면 한방에 죽겠는데..' 이럴 때였어요
제정신이 아닐 때라 정신없는 말만 했어요..
엄마한테는 큰 상처를 드려 죄송합니다.
내가 마흔한 살이 되어 엄마 생각을 해보니
마흔아홉에 남편을 잃어서 힘들었겠다..
혼자 다섯 명이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기가 힘들었겠다..
이제 이해가 돼요..
엄마
저는 오래 살려고 해요.
우리 딸들이 아이 낳으면 손자도 키워주고
같이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남편도 오래 살게 할 거예요.
그래서 우리 딸들이 나를 생각하면서 눈물 나지 않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 곁에는 늦게 가고 싶어요.
엄마 만나는 날까지
마음속에 있는 8살짜리 꼬마를 건강한 20대로 만들어서 갈게요. 약속해요!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