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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주영 Nov 03. 2019

토마토 나무가 알려주는  생존방법

스스로 생존하려고  버티다 보면 살게 된다.

우리 집은 16층이다.

고층에서 살아 식물들이 생각보다 잘 자라지 않는다.

난(蘭)을  좋아해 몇 년 동안 정성스럽게 가꾸고 했는데

식물도 사람만큼 손을  타는가 보다.


예뻐하고 물 주고 빛도 주면  무성하게 잘 자라고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자기만을 바라봐주길 바랬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식물 키우는 것에 마음을 접었다.

다 잘할 수 없다. 내게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몹시도 무더운 지난여름

4년 동안 키우던 화분이 결국 고사하고 텅 빈 화분만 베란다에서 굴러 다니고 있었다.

식물에게는 미안하지만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귀찮아서 눈앞에는 보이지만 치우진 않았다.

텅 빈 화분을 베란다에 그냥 두었다.


시장에서 모종을 사 가지고 와서 심은 것도 아니다.

떨어진 씨앗이 운 좋게 싹을 틔웠을 뿐이다.

딸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씨앗을 가지고 온 것이 우연하게 그 자리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모종-네이버 이미지 참고

 습하고 더운 바람이 내 코 등을 스쳐 지나갔다.

풀향기가 났다.

새싹은  방울토마토 향기를 냈다.

이것이 유일한 잡초가 아니라는 단서이다.

잡초라는 확신이 없어  뽑아 버리지 않았다.

그저 지켜만 봤다. 무기력이 온몸을 엄습했고  더운 여름이라서 알아서 죽겠지...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이 잡초처럼 보이는 식물은 점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도 주지도 않았는데 빨래를 널어둔 수분들을 흡수하면서 견디고 또 견디고 있었다.

잔인한 생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얼마나 아기 토마토 나무가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해서 더 물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켜만 보았다.

며칠 뒤부터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 잠시 머물러 계시게 되었다. 계시는 동안 가끔씩 화분들에게  물을 주셨다.


토마토 나무는 더운 여름 목이 마르다는 듯 간절히 쳐다보면 물을 달라고 애원했다.

내 손이 그제야 호수를 잡고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뿌려 주었다.

타들어가는 잎들 사이에서 노란 꽃봉오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지대도 없었다. 주변에 있는 베란다 창문틀을 지지대로 스스로 삼고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영양을 꽃에다 몰아주고 잎은 황갈색으로 타들어가서 시들어 버렸다.

뭉크의 절규보다 더 물의 간절함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함과 견디어 내는 것은 바로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것을....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친정엄마라는 행운을 만나서 물을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 마음이 동(動)해서 호수로 물을 뿌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견디고 참아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은 없다.

<강아지 똥> 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식물의 생명력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생각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참고 견뎌 내다보면 누군가는 나를 알아볼 수 있는 날이 온다고.

그 시간은 금방 올 수도 있고 아니면 평생 오지 않을 수 도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기보다 오늘의 하루하루의 삶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

아기 토마토 나무는 어느덧 커다란 줄기와 많은 토마토 열매를 맺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제  이야기 잘 들으셨나요? 저를 보면서 많은 통찰을 느끼셨나요?

관찰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세히 저를 바라본다면 저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 있답니다."

토마토 나무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오늘은 토마토 나무에게서 그릿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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