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 모두 다
내 하루를 천천히 관망할 때가 있다. 서두르자니 무섭고 감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탓인데, 그런 순간에는 대부분 아주 어린 나를 만나게 된다.
문득, 나도 모르게 ‘혹시 아이들이 내 사랑을 못 느끼면 어쩌지’ 덜컥 겁이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런 나를 그대로 세워둔 채 멀찍이서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그 자리에 어린 내가 서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속삭이며 내 품에 파고드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고단했던 나의 부모도 나를 이렇게 바라봤겠지—상상해 본다. 아이들에게 팔을 내어주고 누운 채 가만히 있다가 멀찍이서 지켜보면, 어느새 울 엄마가 누워 있고, 그 품 안엔 어린 내가 곤히 자고 있다.
인생이 계절이라면, 내내 봄이라면 좋겠다. 내내 겨울같이 찬 인생에 가끔 따뜻한 날이 오는 그런 삶 말고, 내내 따뜻하다가 가끔 찬 날이 있는 그런 삶이면 좋겠다.
꿈도 없이, 취향도 없이, 사유도 없이
그저 사니까 살아지는 삶 말고.
나는 헐떡이며 살지만
너는 그리 말고 훨훨 날아라 하는 삶 말고.
사랑으로 꾹꾹 눌러
많은 날이 따뜻한 삶이면 좋겠다.
우리 다. 모두 다.
2025년 3월 21일, <폭싹 속았수다>를 먹고 토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