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받고 싶어 하는 그것.
소중한 사람의 특별한 날이 다가오면 '어떤 선물을 전할까?' 고민을 하곤 한다. 과연 최고의 선물은 어떤 것일까? '선물'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이다. 선물을 전달하는 행위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전하거나 상대방이 내게 얼마큼 중요한 사람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선물이라고 하면 흔히 어떤 물성을 지닌 물건을 떠올린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거나 당신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진솔한 대화로 마음을 확인하는 사람, 스킨십이나 섹스 등 몸으로 나누는 경험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특별한 물건에 큰 의미를 담아 표현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일수록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등. 당신은 소중한 사람의 특별한 날에 무엇을 전하는 사람인가? 아니 무엇을 받았을 때 가치 있다고 느끼는가?
여동생은 제부를 처음 만났던 4월의 그날이 되면 해마다 10년 전 그 카페,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시간을 선물하며 서로를 축하한다고 한다. 그림책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은 없어 / 패트릭 맥도널 / 나는별 / 2016' 의 주인공 '무치'와 '얼'처럼 둘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부부이다.
그림책에서 주인공 '무치'는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친구 '얼'에게 무얼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친구의 특별한 날을 위해 무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한다. 아무것도 없어도 그저 서로의 곁에 같이 있어서 좋다는 그림 앞에서 매번 부러움의 감정이 솟구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나는 아무것도 없이 곁에 있기만 해도 좋을 누군가를 아직도 그리워하는가 보다.
그런데 '얼'은 어째서 모든 걸 다 가진 친구일까?
TV에는 하루종일 많은 프로그램이 방송되지만 프랭크 할아버지는 "볼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두지랑 친구들도 매일 놀지만 매일 "할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밀리 할머니는 물건으로 가득한 마트에 장 보러 갔다 올 때면 "살 게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가득 차고 넘쳐서 정작 어떤 선택도 도통 설렘을 주지 못하는 세상. 그림책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걸 다 가진 친구'라는 표현은 이러한 결핍 없는 현대인들의 오늘을 말하는게 아닐까? 사실 나도... 매년 옷을 사지만 "입을 옷이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곤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물건'의 형태로 전해지는 선물은 큰 감동이나 귀한 값어치를 전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면 점점 더 비싼 물건을 선물해야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평화롭게 나란히 앉은 무치와 얼의 뒤통수를 보고 있노라면 소중한 사람과 주고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어떤 형태의 것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