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나에게 독서는 재즈와 같아서...
진주는 2018년부터 국제재즈페스티벌을 매년 여름 개최하고 있다. 공연을 좋아하는 J와 작년 재즈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에는 이상하게 흡족한 공연이 부족했다는 기억을 회상하며 그 이유에 대해 정형화된 연주를 꼽았다.
흑인들의 민속 음악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 '재즈'는 연주자가 곡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유분방하게 연주해 내는 것을 감상하는 묘미가 있는 음악이다. 그런데 작년 공연장에서 연주된 음악들이 뭔가 딱딱했다는 것이다. 정해진대로, 정확하게 연주하는 음악이 아닌 재즈의 자유로운 변주를 살리지 못한 공연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것이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내가 느낀 게 바로 그 지점이었나 보다. 올해 처음으로 도서관에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한 담임선생님이 KDC분류별로 나눠져 있는 도서관의 서가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책이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음을 설명하셨다. 참 자상하고 꼼꼼한 선생님이라며 내심 감탄하던 그때.
"자,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 다 소개했으니 오늘은 800문학에.서.만. 책을 골라서 대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셨다. 헙. 왜???? 이런 신선한 전개는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로봇책을 보고 싶다는 아이, 과학실험 책을 보고 싶다는 아이, 마음사전 책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나와 같은 궁금증을 품고 투덜거렸다.
"선생님~ 저는 어제 읽던 역사책을 이어서 보고 싶은데요~ 900에서 고르면 안돼요?"
담임선생님은 단칼에 거절.
"여러분이 책을 골고루 볼 수 있도록 선생님이 매주 주제를 정해줄 거예요. 오늘은 '800문학'의 책을 보고, 다음 주에 '900 역사'에서 책을 고르도록 할게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학생들이 투덜거리며 800 코너로 갔다. 담임선생님이 운영하는 시간이므로 내가 개입할 수 없다. 분명 교육적 목표가 따로 있어서 정한 방향일테니 실례가 될지도 모를 내 질문은 삼켰다.
아마도... 나는 도서관에서 독서라는 것은 재즈처럼 자유분방한 변주가 허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운 감정을 느낀게 아닐까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 매주 정해진 주제의 서가에서만 책을 골라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절대 물어보지 않겠지만, 담임선생님에게 독서란 재즈보다는 클래식과 같이 정교한 아름다움이 필요한 장르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그 수업을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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